<서광백화점 부도 이후 20년, 피해자들의 기막힌 삶>

지하7층 지상11층 규모로 본관과 별관 2개 동으로 나눠져 있는 구 서광백화점 빌딩.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역 앞, 1994년 건축허가를 받은 이 건물은 지금까지 폐건물로 남아있다.

개인피해 500여 명, 300억 이상
한 푼 못 돌려받고 20년 ‘분쟁’
채권자 배당순위는 ‘최하위’
“맥스코프에 마지막 기대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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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여기에 투자하고서 병에 걸려 죽고, 자살한 사람도 많습니다. 한명 한명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어요. 그 당시 주엽역 아파트 가격이 1억원이 안될 때예요. 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1억원 안팎으로 분양대금을 냈어요. 노후자금이나 전 재산을 다 투자했다고 봐야죠. 그런데 지금까지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 스타몰 분양투자자


주엽역 컨테이너로 매일 출근

주엽역 2번출구 앞 허름한 컨테이너박스에 어르신들이 소파에 누워있거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서광백화점과 스타몰 분양피해자들이다. 대부분 일산 신도시로 이사 와서 신축 상가에 투자한 사람들로 지금도 주엽역 인근에 살고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현재 컨테이너박스에 출근도장을 찍는 사람들은 50명 정도로 개인피해자의 극히 일부에 속한다. 손영애 스타디앤씨계약자협의회 대표는 “파산관재인(변호사)이 가지고 있는 채권자 배당순위 서류를 보면 우리 같은 개인채권자은 꼴찌다. 일이 잘 풀리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개인피해자 규모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3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확인된 채권액만 360억원, 피해자는 500여 명으로 파악되지만 소송을 포기한 개인투자자들까지 합하면 총 피해금액이 6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피해자 수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피해자 소송에서 가장 큰 집단을 이루고 있는 스타디앤씨계약자협의회는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맥스코프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사업수익금의 일부를 기존 분양자들에게 돌려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서광백화점과 스타몰 분양계약을 했던 피해자 50여 명이 주엽역 2번출구 앞 컨테이너로 매일 출근하며 투자금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컨테이너 안에 붙어있는 '목숨걸자'는 피해자들의 구호에서 이들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20년간 원망만 받다 세상 떠난 남편

현재 개인 피해자들은 법적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임에도 생존권을 걸고 이 사건에 수년간 매달려왔다. 채권자들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사업자인 맥스코프도 적극적인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노후자금이나 전 재산을 투자한 사람은 부부 간 불화를 겪으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사례도 많았다.

“최근엔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컨테이너박스에 들어오더니 여기서 숙식을 하면 안되냐는 분양피해자도 있었다. 잘 데가 없다는 소리였다. 또 스타몰 자판기사업권에 투자했던 부부는 지금은 리어카에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바로 옆에 계신 언니는 분양계약을 주도한 남편을 20년간 원망하면서 살았는데, 얼마 전 남편이 돌아가셨다. 평생을 원망만 받고 돌아가신 거다.”
 

2005년 1월 여러 언론사에 실린 스타몰 분양광고의 조감도. 분양광고에는 ‘초대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로 일산 최대 규모’라며 ‘멀티플렉스 영화관 9개, 메디컬센터 등 다양한 매장이 입점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은행 융자가 40%까지 가능하다. 현재 공정률이 80% 이상이며 오는 6월 준공 예정이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고양시 적극적인 중재, 유일한 희망

“일산에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토지보상을 크게 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수십억원을 분양대금으로 날리고 지금도 월세로 전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 영화관이 10개가 들어오고 동물병원이 크게 들어온다고 하니 혹하는 마음이 있었다. 심형래가 나와서 광고도 대대적으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 이 일을 당하고 정상적인 가정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시면 된다. 부부싸움에 지치고 우울증에 걸려서 간신히 살고 있다.”

현재 계약자협의회를 통해 접수된 개인분양자 124명은 피해액 150억원에 대한 자료를 사업자인 맥스코프에 넘기고 분양대금 일부만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보상해줄 의무는 없지만 맥스코프 측도 피해자들이 단체행동을 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강압적인 방법으로 대치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고양시가 개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나서면서 사업만 원활히 진행된다면 일부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보여진다.

계약자협의회 측은 “사업이 진행되고도 보상이 없다면 정식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사업자와 고양시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꼭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맥스코프 관계자는 “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미 고양시에 보상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며 “개인 채권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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