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마을학교 이승배 이사장

이승배 마을학교 이사장은 "10년간의 운영을 통해 이제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 함께사는 교육공동체 만들기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배움을 넘어 실천까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다양한 지역, 연령, 계층을 포괄하는 학습의 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심상정과 함께 인문학강연모임으로 시작
유시민・조국・홍세화 등 명사강연 이어져
운영위원과 주민들의 자원활동이 큰 힘
이제는 뜻있는 시민과 실천 모색할 때

[고양신문] "어려움도 많았지만 벌써 10년째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주민들이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후원부터 자원활동까지 이분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모색하는 인문학적 관심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던 2000년대 말. 인문학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멀리 서울로 나가야 했던 시절 지역사회에서 명사초청강연 등을 열며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한 단체가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화정동 소재 사단법인 마을학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상정 국회의원의 남편이자 2015년부터 마을학교를 맡고 있는 이승배 이사장<사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역에서 교육문제 다뤄보고자 출발
“마을학교는 이 지역 심상정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시작했습니다. 2008년 선거에서 낙선한 뒤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지역사회에서 교육문제를 다뤄보기로 결정했었죠. 비단 제도교육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문학 강연을 마련해 지역에서 좋은 관계맺기를 고민하고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하고자 한 거죠.”

당시 낙선자 신분이었던 심상정 의원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가운데 외부인사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다. 초창기 마을학교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주로 대상으로 삼았던 주민들은 30~40대 젊은 주부들이었다. 이승배 이사장은 “아무래도 자녀교육에 관심도 많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적욕구나 사회적 관심들이 높은 연령층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고 이야기했다. 유시민, 조국, 홍세화 등이 참여한 명사초청강연 ‘공감 우리시대’는 어느새 78회째 이어오고 있으며 인문학강연 외에도 마을학교를 통해 모인 시민들이 다양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일종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인 기획강좌도 진행해왔다. 청소년들의 꿈찾기와 자기실현을 돕는 방학체험강좌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실질적 지역사회 참여 본격 논의
10년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심상정 초대 이사장이 2012년 국회에 입성하면서 마을학교는 일종의 과도기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운영비 또한 전적으로 후원회원의 힘으로만 마련되다 보니 상근직원 한 명조차 제대로 두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마을학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미애씨는 “순수 자비로만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명사분들을 초청할 때마다 강사비도 많이 마련해드리지 못했고 다양한 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여건상 추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행사 때마다 자기 일처럼 자원활동에 나서준 운영위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0년의 기간을 거치며 이제 고양시 곳곳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연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학교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승배 이사장은 “그동안 마을학교가 추구했던 지향과 목표들이 다 중요하긴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좀 더 정의롭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뜻이 맞는 이들이 모여서 실천을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2015년 이승배 이사장 취임이후 마을학교는 마을포럼이라는 정기적인 회원모임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역사회 참여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을포럼이 정례화 되면서 독서모임과 같은 소모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걸 행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래야 실질적인 시민단체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마을포럼을 통해 새로운 시민모임을 고민하고 있으며 뜻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각자의 영역에서 느슨하게라도 함께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나만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인간답게 사는 것들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경쟁사회라는 현실적 조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연대하고 공감하고 가치를 나눌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마을학교가 생각하는 핵심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으로 마을학교는 기존 회원들뿐만 아니라 청년세대 등 보다 많은 고양시민들을 만나기 위한 시도들을 벌여나가고 있다. 신임 소장으로 20대인 백상진씨가 선임된 것과 일산지역에 마을학교 분교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승배 이사장은 “그전까지는 마을학교가 다소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문제를 다뤄왔다면 이제는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들을 발굴해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시민들에게 고양시가 삶의 터전이 되고 주인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