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본 세상> 『일곱 마리 눈먼 생쥐』

『일곱 마리 눈먼 생쥐』(에드 영 글·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고양신문] 다케오시립도서관에 다녀왔다. 엄마 팔순기념 가족여행을 타케오 시가 있는 후쿠오카 현 온천으로 계획한 것도 사실은 이곳을 ‘내 눈으로’ 꼭 보고 싶었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다케오 시를 찾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풍경이 도서관 근처에 다다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큰 상점들이 보였고, 유명한 쇼핑몰도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이 변화가 다케오시립도서관 때문이라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다케오 시는 인구 5만 명 정도인 지방소도시이다. 2012년 다케오 시민 중 약 20%만 이용하던 도서관을 혁신해보고 싶었던 젊은 시장은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기업인 CCC의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를 찾아간다. 이른바 기업에게 도서관 운영권을 맡긴 것이다. 이후 다케오시립도서관은 연간 100만 명이 드나드는 공간이 되었고, 그 가운데 다른 지역 방문객이 40만 명에 이르는 ‘명소’가 되었다. 다케오시립도서관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 커피점이 보인다. ‘편안함’을 키워드로 도서관 1층을 변화시킨 것이다. 책을 분류해 놓은 방식도 독특하다. 일본 도서분류법인 NDC(우리나라 KDC분류와 같은 십진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취향’을 중심으로 책을 분류한 츠타야서점 방식을 그대로 들여왔다. 일본의 공공도서관 99%가 쓰는 분류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다케오시립도서관 사례가 우리나라에 알려지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도서관계가 다녀왔고, 중소지자체가 다녀왔고, 도시재생 그룹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이 가져온 ‘혁신’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일곱 마리 눈먼 생쥐』(에드 영 글·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라는 그림책이 있다. 일곱 마리 눈먼 생쥐들은 연못가에서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정체를 알아보기로 한다. 첫 번째로 나선 빨간 생쥐는 “그건 기둥이야”라고 말했고, 두 번째로 나선 초록 생쥐는 ‘뱀’ 노란 생쥐는 ‘창’ 보라색 생쥐는 ‘높은 낭떠러지’ 주황색 생쥐는 ‘부채’ 파란 생쥐는 ‘밧줄’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나선 하얀 생쥐는 이상한 물체 위로 올라가 이쪽에서 저쪽 끝으로 달려 보기도 하면서 찬찬히 살펴본 뒤 이렇게 소리친다. “이건 기둥처럼 튼튼하고, 뱀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낭떠러지처럼 높다랗고, 창처럼 뾰족하고, 부채처럼 살랑거리고, 밧줄처럼 베베 꼬였어. 하지만 전체를 말하자면 이건…… 코끼리야.”

두어 시간 남짓 다케오시립도서관을 둘러보면서 문득 나는 어떤 생쥐일까 생각해보았다. 지금 내가 눈을 뜨고 보고 있는 것은 어느 만큼일까? 2013년 다케오시립도서관이 변신하고 5년 동안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된 과정보다 외형과 형태만 베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 생쥐처럼 다른 생쥐들 말에 귀도 기울이고 직접 달려보기도 하고 찬찬히 더듬어 보지 않고 하는 말들은 공허하다. 어찌 도서관 벤치마킹뿐일까? 지방자치선거가 끝나고 여러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우리는 눈을 감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생쥐들은 아닐까 싶다.

결국 『일곱 마리 눈 먼 생쥐』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하얀 생쥐의 귀와 발이다. 하얀 생쥐는 가만히 다른 생쥐들 말을 듣는다. 그렇게 들은 말을 토대로 가만히 찬찬히 움직이고 확인한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말한다. “전체를 말하자면…” 하고.

마스다 무네아키가 츠타야서점, 그리고 다케오시립도서관을 통해 가져온 혁신도 처음에는 ‘들여다보기’와 ‘듣기’에서 시작되었다. DVD대여점으로 시작한 츠타야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들여다보고 직원들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색깔 쥐들처럼 일부를 차용하지 않고 하얀 쥐처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듣고, 자기 발로 움직인 뒤 답을 찾아낸 것이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경험을 제안한다’는 전략은 오래 묵은 분류체계를 바꿨다. 이는 다시 츠타야서점을 책이 팔리는 곳으로 바꿨고, 다케오시립도서관을 바꿨다, ‘책이 팔리고 읽히는 곳’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맥락의 변화, 즉 혁신을 일궈낸 것이다.

박미숙 (책과 도서관 대표 /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 믿는 어리석은 눈은 차라리 감아버리자. 그리고 들리는 소리와 손과 발로 느껴지는 감각에 주목해보자. 찬찬히 듣고 움직이다보면 결국 전체를 보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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