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혜성 사과나무치과병원 원장

‘미생물’에 대해 쉽게 쓴 책 2권  
2018우수과학도서로 동시에 선정
미생물박물관과 교육센터 만들 것

 

김혜성 원장은 “우리가 호모사피엔스이자 내 몸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통생명체(holobiont)의 개념으로 보고 미생물과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사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성적향상상을 받은 이후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전에 파주 심학산에 다녀왔다며 등산복 차림으로 나타난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은 마치 소년처럼 웃었다. 그가 쓴 『미생물과의 공존』과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두 권의 책이 이달 초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8년 우수과학도서’로 동시에 선정됐다. 총 100종의 도서가 선정됐는데 대학·일반 창작부문의 25권 중 2권이 그의 책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생물을 ‘박멸’이 아닌 ‘공존’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일반인 뿐 아니라 과학계나 의학계에서도 새로운 관점이에요. 제 스스로 인생을 걸면서 연구하는 그 주제가 타인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과학적으로도 맞는다는 것을 권위있는 기관이 객관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는 우리 입속에 사는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부터 현대 의학의 최신 흐름을 이해하며 구강건강은 물론 100세 건강을 위한 구강관리법 등 전신건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혜성 원장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8시 30분까지 집중적으로 해외 논문이나 전문서적을 보면서 글을 쓰고, 오전과 오후에는 진료를 하는 틈틈이 인문, 사회,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본다. 10년째 이어온 고양시의 대표적 인문학모임 ‘귀가쫑긋’을 통해서 키워온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력이 그의 전문분야와 접목되어 발현된 것이 바로 ‘미생물’ 관련 연구다.

그는 ‘귀가쫑긋‘이라는 모임이 없었다면 이 책들을 결코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식은  단순히 글을 읽으며 생각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바꿀 때 진짜 의미가 있고, 지식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 바로 인문학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문학 공부를 이어가며 약간 ’허기‘가 느껴졌어요. 인문학의 거대담론을 삶으로 가져와서 일상을 재해석하고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중간이 비어 있는 거예요.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그 허기가 채워지기 시작했죠. 인간 전체를 돌아보는 거대담론과 나의 일상을 연결해준 것이 바로 미생물학입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사는 세균이나 지구에 사는 다양한 미생물을 유해균이나 유익균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인간의 욕망을 세균 활동에 들이대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그냥 우리 몸을 터전삼아 존재할 뿐이다. 다만 내 몸이 취약해져 세균과의 관계에서 밀리거나 내 몸의 방어막이 무너져 세균의 위치가 옮겨질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장균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것 역시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세균이다. 사람의 대장뿐 아니라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대장에 살고 있다. 심지어 대장균은 비타민K를 만들어 대장 세포에 공급하기도 하고, 다른 병적 세균이 대장 표면에 붙지 못하도록 내 몸을 방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장균이 음식이나 물에 들어 있으면 좋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많이 먹게 되면 원래 장에 살아야만 하는 세균이 죽어버려 비만이 되거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도 더 잘 걸릴 수 있다. 또 락토바실러스라는 세균은 일종의 유산균인데 장에 있으면 장세포의 면역에 좋은 물질을 만들고 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증식된다. 하지만 이 세균이 입안에 있으면 충치를 유발한다. 

『미생물과의 공존』은 기존의 책들이 피부미생물, 구강미생물, 장미생물 등 진료과목을 기준으로 개별적 분야만 기술한 것에 비해 내 몸과 미생물의 관계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거시적 관점으로 정리하며 우리와 미생물이 현명하게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인간의 몸은 약 30조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기에 약 100조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고, 또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홀로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 김혜성 원장이 “우리 자신을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호모사피엔스이자 내 몸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하는 통생명체(holobiont)의 개념으로 보고 미생물과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의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문 영역범위 내에서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치과 의사는 구강내에만 주로 시선이 머물러 있죠. 저는 오래전부터 전문 직업인을 넘어 보편적 지식인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어요. 보편적 지식의 토대위에 전문 영역을 제대로 연구하고 해석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센터와 일반인들도 미생물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접하며 체험할 수 있는 미생물박물관도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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