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백장현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 교장

[고양신문] 군산복합체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에 지난 13일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발견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미국과 한국에서는 북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그런 중대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만 매달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북한의 이중적이고 음흉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왜 그토록 기를 쓰고 김정은을 감쌌는지 정부는 대답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청와대의 “보도된 시설은 ICBM이 아닌 단·중거리 미사일 시설로서 한미 모두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으로서 북한의 약속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해명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바른미래당은 “비밀 미사일 기지 발견은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재완화만을 반복하는 문재인 정부가 걱정”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북한이 미사일기지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서, 우린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새로운 건 없다”는 발언이 나오고서야 이 공방은 비로소 잦아들었다. 만일 트럼프가 신속히 나서지 않았다면 이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되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남북 간, 북미 간 협상 동력은 사라졌을 게 분명하다.

군산복합체의 반격은 남북 간 화해 움직임이 결정적 고비를 넘을 때마다 어김없이 개시되었다. 1998년 클린턴 행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을 때도 즉각 ‘뉴욕타임스’에 북한 금창리 지하 동굴 사진을 흘렸다. 북한이 핵 활동 중단 약속을 어기고 이 동굴에서 재처리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었다. 2005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미·중·러·일 6자가 어렵게 합의했던 9·19 공동성명을 깨려고 BDA 사건을 제기한 것도 그들이었다.

어글리 아메리칸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

미국의 군수산업은 1차 세계대전 직전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는데, 미사일과 전투기 등 무기를 수출하면서 지금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군수업체들은 50개 주 전역에 수천 개의 공장이 있어 군대만 아니라 행정부와 의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미국 군수산업은 행정부와 정치권까지 아우르는 광범한 ‘군산복합체’ 커넥션을 구성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폐해가 오죽 심했으면 군 출신으로 2차 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 대통령까지 나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을 경고했을까. 아이젠하워는 1961년 퇴임 연설에서 “매년 군사적 안보에 미국 기업 전체의 순익보다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군사체계와 대규모 군수산업의 영향력이 정치, 경제 심지어 정신적인 분야까지 미치고 있다”며 “깨어있는 시민들과 정부의 각 위원회들은 미국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위협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이후에는 주가도 크게 치솟았다.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대표적 군수업체인 보잉의 주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60% 가까이 올랐으며, 레이시온은 25%,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러먼은 20%가량 뛰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일본, 한국 등의 무기 수요가 증가한데다, 이란 위협과 IS 소탕전 등 중동 정세가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한반도는 이들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2016년 기준 미국의 군사비는 6110억달러로서 세계 군사비 총액의 36%를 차지하는데, 그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군사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다. 특히 한국의 군사비는 2000년 15조원, 2010년 30조원, 2018년 43조원으로 시장의 크기도 만만치 않지만 증가폭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은 매년 10조원 이상의 무기를 사들이면서 2008~2012년 미국의 최대 재래식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

군산복합체의 훼방을 넘는 길

군산복합체의 입장에서는 남북한의 화해·협력이 반가울 리 없다.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분야합의서가 이행돼 한반도에서 긴장이 사라진다면 군사비가 대폭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조선일보가 한국안보통일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남북이 군사적 대치 상황을 해소하고 평화적 통일로 나아갈 경우 한반도의 안보 비용이 남북을 합쳐 연간 20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통일에 따른 안보비용 감축효과는 남북한 외에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경우에도 연간 수십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었다.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 교장)

한반도 평화를 훼방놓는 군산복합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무기 시장을 지키고 확대하려는 이들의 행동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있을 리 없다. 오직 민족 구심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평화와 통일로 가는데 원심력으로 기능하는 군산복합체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북이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 민족의 지혜를 모아 9·19 평양 합의를 묵묵히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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