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항공권 부풀리기' 파문

비현실적 예산집행 규정이
불법과 폭리 오히려 부추겨 
현실반영한 제도개선 필요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죠. 관행적으로 여행사에 해외출장비용을 한꺼번에 맡겨 정산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거든요. 하지만 필요한 비용항목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어서….”

고양시 공무원들이 해외출장비를 부풀려 공금을 유용했다는 한 방송매체의 보도가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항공료 차액을 남겨 해외출장경비로 활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항공권 금액을 위조한 정황까지 발견되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암암리에 이뤄져 온 해외출장 ‘항공권 부풀리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출장 비용항목을 현실화 하는 등 제도개선방안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KBS보도에 따르면 작년 고양시 지식정보산업진흥원의 한 간부는 최성 전임시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하면서 항공료를 556만원을 쓴 것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정산자료로 제출된 이티켓 금액과 실제 항공료를 비교해본 결과 70만원의 차이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제출된 항공권 금액이 위조된 정황이 발견된 것. 게다가 해당 기관 회계직원이 이 문제를 보고했음에도 시에서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양시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올해 초에 이 같은 문제가 감사실에 접수돼 해당 공익제보자와 연락도 취해봤지만 당사자와 면담이 이뤄지기 전에 이미 국민권익위쪽으로 사건이 접수돼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항공금액을 위조했다면 분명히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보도에서는 항공권 위조건 외에도 이티켓 첨부 대신 여행사 증빙자료만 첨부하는 등 항공료 빼돌리기 관행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고양시에서 이런 식으로 유용된 금액이 2억2000만원에 이른다는 것. 행안부는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에 있으며 조만간 이 사안을 경기도 감사실로 이첩해 징계여부를 논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양시는 일부 해외출장에 ‘항공료 부풀리기’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양시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며 공금을 유용할 목적은 더더욱 없었다고 항변한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르면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일비만 비용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역비나 교통비 등 현지에서 필요한 경비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여행사에 연수비용 전체를 보내면 항공권 차액을 통해 수수료와 통역비 등 각종 경비를 알아서 책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 또한 “해외출장을 진행할 경우 보통 여행사에 일정과 방문기관 섭외까지 맡겨야 하지만 정작 수수료 지급은 지침 상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정산자료를 검토할 때도 보통 여행사에서 제출된 일정과 항공편, 숙박비 증빙자료 사실여부만 검토할 뿐 실제 항공권 가격까지는 첨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시민세금으로 다녀오는 해외연수인 만큼 규정에 맞게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시 또한 올해 초부터 공문을 통해 항공권 실제금액이 적힌 이티켓을 정산자료에 첨부하도록 했으며 올해 해외출장 예산에 통역비를 책정하는 등 개선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여행사 수수료의 적정액을 책정하거나 최저입찰을 통해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해외출장비용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료 부풀리기가 관행으로 묵인됨에 따라 여행사들이 알아서 수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이라며 “수수료 책정 등 비용 현실화를 통해 시민세금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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