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이웃 정동일 시 역사문화재전문위원

30년 전, 신도시로 사라질 마을
『고양군지명유래집』으로 기록
“내고장 아는 데서 자치 시작,
53개 법정동 마을지 만들 것”


2019년은 일산신도시개발 발표가 난 지 30년 되는 해다. 이 세월 동안 고양시는 눈부시고 놀랍게 변화발전했다. 그리고 군대에서 갓 제대한 젊은 대학생이 신도시가 될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며 조사하고 사진 찍어 『고양군지명유래집』을 만들어 낸 지 3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젊은 대학생은 이후 지금껏 고양시 역사와 문화재와 전통을 연구·기록하는 현장에 늘 있었다. 고양시 최초 전문직 공무원인 정동일 고양시 역사문화재전문위원 이야기다. 

변화하는 고양, 누가 기록할 것인가?
어울림누리 연구실에는 고양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각종 개발보고서와 고양시 역사와 전통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책과 자료, 정동일 전문위원이 집필한 100여 권의 책이 있다. 그는 많은 책들 중에서 『고양군지명유래집』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한다. “지금의 내가 있게 한 책”이기 때문이다.

1987년 군에 입대한 그는 휴가를 나올 때마다 원당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고, 어떻게든 고양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초조함과 절박함을 느꼈다. 허허벌판이었던 원당에 호화로운 원당예식장이 들어섰고, 리스쇼핑센터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양시 최초의 택지개발사업인 원능택지개발사업이 시작돼 주공아파트가 들어오고 있었다. 

휴가병이었던 그는 고양군청에 들어가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데 누군가 기록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런 일 하는 부서는 없다는 대답뿐이었고, 답답한 마음에 전공 교수를 만나 이 이야기를 하자 “고양은 네가 책임져라!”는 말을 들었다. 

제대 두 달을 앞둔 89년 4월 30일, 일산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들었다.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사라지는 마을 역사에 대한 조사는 토지공사가 하는 것이지만 주민들 반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그 자신이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심이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고양시 최초 전문직 공무원
그의 고향은 고양시 원흥동이다. 300여 년간 집안 대대로 살아오고 있는 그곳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전통, 역사, 문화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제대 후엔 학업을 이어가며, 90년부터 고양신문 부설 향토문화보존회 연구원으로 있다가 96년 10월에 고양시 전문직 공무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문화재연구, 역사연구 등의 활동을 해오는 정 전문위원은 고양시 최초 전문직 공무원이다. 당시 지역에 관심 많았던 분들의 도움으로 전문직 공무원이 됐다.

밤가시초가 보존과 『고양군지명유래집』
그는 개발 중인 일산신도시 곳곳을 걸어다니며 조사하다가 밤가시초가를 발견하고 당시 문화원장이던 이은만 전 원장 등의 도움을 받아 밤가시초가 보존을 이뤄냈다. 

이은만 전 원장의 후원으로 ‘지명유래집’도 만들었다.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고양군대학생향우회 후배들과 한신대학교 후배들을 동원해 고양군 각 지역의 지명과 전설, 인물 등을 조사했다. 컴퓨터가 없던 시기여서 대학생들은 조사한 내용을 원고지에 써왔고, 그러한 내용을 직접 모두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그가 가장 아끼는 『고양군지명유래집』이다. 이후 쉼없이 『고양시문화재대관』, 『고양시금석문대관』, 『고양시민속대관』 등을 박전열 교수와 정후수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냈다. 고양군이 고양시로 바뀌는 급변기에 역사와 문화와 민속을 기록·정리하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고, 그 모든 현장에 늘 정동일 위원이 있었다. 

해야할 일이 더 많아
내년은 일산신도시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발굴해 서훈하는 일, 항일운동 교육책자를 발간하고 교육을 하는 일 등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정동일 위원은 “3학년 사회 교과서에 고양의 독립운동 내용을 넣기로 했고, 고양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현장, 생가 등에 안내판을 붙이기로 했다. 또한 항일운동 유적지 답사, 그리고 북측의 협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독립운동가, 광복군가 등을 연주하는 3·1절 기념 항일음악회를 고양시가 주최할 수도 있다”며 내년 계획을 세심하게 챙겼다.

또한 “시사편찬위원회를 조직하고, 박물관을 건립하고, 우리의 유형문화재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도 기록하는 것은 시급하게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토대가 마련될 때 105만 고양시민은 이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이 지역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자치의 시작은 내 고장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며 “53개 마을지를 꼭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이미 2000년도부터 준비해온 53개 법정동의 자료가 가득하다.

이 지역의 역사를 알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양의 역사를 수집·정리·연구하는 정동일 전문위원. 그의 뜻대로, 고양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고 연구되고 교육돼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이끌어갈 후세대가 양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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