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광석

고광석 대명한의원장

[고양신문]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다. 지금은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만나기 어려운 중학 시절 친구들이다.

그리 넉넉지 않은 서울 살이 이었어도 명절 때면 항상 귀히 대접해 주시던 친구 부모님들, 그리고 언제나 부족했던 나를 너그럽게 감싸주었던 친구들. 아버님 장례기간 동안 보여준 우정에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런 친구들이니 해가 저물 때는 더욱 그리워진다. 한 친구가 고집스레 2G폰을 쓰는 바람에 그 흔한 단톡방조차도 열지 못했는데 그 친구가 스마트폰 유저가 되면서 이제는 단체 채팅도 가능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 안부를 묻다가 친구들이 새롭게 시작한 일을 알고 매우 놀랐다. 친구들 중 둘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들은 공대를 나와 국내 유수의 전자회사에, 또 방송국에 근무한 이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새삼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실무를 해 본 전문가를 직접 교육현장에 투입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찌됐든 한국은 뭔가 만들어 내고 또 팔아야 하는 운명이니 기술을 가진 선생들이야말로 최적의 선생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친구들의 재취업이다. 은퇴의 시기가 다가오지만 연금으로만 살 수 없는 장년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보다 결혼이 늦은 친구들은 아직 가르쳐야하는 아이들이 있어 은퇴는 정말 무서운 일일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가.

언론으로 접하는 한국경제는 내일 당장이라도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불안해하며 위축되어 있다. 현재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팀이 마치 잘 나가던 한국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OECD 총재는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경제는 괜찮은 성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신문에서도 이런 내용은 다루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악의적인 기사만 몇 줄 실렸을 뿐이다. 여전히 종이 신문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은 더더욱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과격시위에서 보듯 다른 나라라고 별반 다르지 않은 위기 상황이다.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돈벌이를 하길 원하지만 현실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얼마 전에 본 프랑스 영화(브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서도 그런 걸 엿 볼 수 있었다.

현 정부는 경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더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정성을 기울이고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련의 노력들을 폄하하는 많은 이들이 북한 퍼주기라는 악담만 퍼붓고 있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청맹과니를 보는 것 같다. 지난 정권이 어떤 일을 저질렀고 왜 탄핵을 당했는지 그새 잊은 듯 부끄러운 줄 모르고 찬양을 한다. 공자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셨지만 알아주지 않는 일을 힘껏 해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우리 경제도 좀 좋아져서 많은 이들이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세대 간 반목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고대한다. 사랑하는 친구들의 어깨가 좀 가벼워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희망 사항이 현실이 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좀 더디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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