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인터뷰 이재은 신임 고양시정연구원장

104만 고양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싱크탱크인 고양시정연구원의 새 원장으로 이재은 경기대 명예교수<사진>가 부임했다. 이 원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환교수,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 한국재정학회장, 한국지방재정학회장, 경기대 대학원장 및 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수원시정연구원장으로 근무했다. 자타공인 지방분권, 재정 전문가로서 현재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어 고양시 역점과제인 특례시 추진에도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재은 원장은 취임사에서 “고양시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도시문제를 극복하고 큰 도시보다는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도시정책의 ‘싱크탱크’이자 ‘솔루션 뱅크’이며, 장기적으로 ‘데이터 뱅크’로서 그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 일산서구 빛마루 건물에 자리한 고양시정연구원에서 이 원장을 만나 연구원 운영방향과 자치분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양시정연구원장에 취임한 소감은.
그동안 여러 가지 여건 속에서 자치분권운동을 지속해왔고 관련 연구자로서 고양시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오게 됐다. 

그동안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경험과 수원에서의 경험, 지방분권 운동가로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시정연구원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빠른 시일 내에 시정연구원이 시민 중심의 정책을 생산하는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질 계획이다. 

시정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시정연구원은 싱크탱크이면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솔루션 뱅크다. 과거에는 광역시 이상 규모에서만 연구기관 설치가 가능했지만 지난 몇 년간 인구 100만 이상 규모의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기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2년부터 수원, 고양 등 100만 도시에 예외적으로 시정연구원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3년에 수원시가 가장 먼저 시정연구원을 출범시켰으며 고양시 또한 작년 연구원이 설립됐다.

인구규모가 큰 도시들은 작은 도시에 비해 환경, 재난, 슬럼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시 행정이 이에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다양한 정책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고양시정연구원은 고양시의 다양한 문제들을 발굴해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연구원 운영방향에 대한 계획은.
고양시정연구원이 개원한 지 1년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기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시장님도 바뀌고 저도 원장으로 새로 부임한 만큼 새롭게 출발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수원의 경험을 비춰보면 초기에는 연구 실적이 많지 않았지만 3년차를 거치면서 연간 100개 이상의 보고서가 생산됐다. 고양시에서도 당장 성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몇 년 안에 많은 연구 성과들을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미세먼지 문제, 도시재생 방안 등 다양한 과제를 놓고 주변 대학 등과의 협력을 통해 결과물을 생산할 것이며 시민들이 연구원의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인적구성에 대해서는 우선 가용 가능한 연구인력이 부족해 지난달 4명을 채용했으며 내년 3월까지 추가 채용해 13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고양시의 주요정책 중 하나로 자치분권이 언급되고 있다. 전문가로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치분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면. 
자치분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주민의 삶에 직결된 문제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지자체가 잘 알기 때문에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들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몇 년 전 메르스 사태를 예로 들면 중앙정부가 관리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사태를 키웠는데 서울시장과 성남시장이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행정을 펼치는 데 있다. 최근 발생한 백석동 온수관 파열사고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지자체의 권한 강화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자치분권이 이뤄질 경우 기존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직접정치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좋은 측면이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약속했고 지난번 개헌안에서도 시민 자치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지만 안타깝게 통과되지 못하는 과정이 있었다. 자치분권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치분권의 내용 중 재정분권이 핵심인데 이에 대한 방안은.
재정분권의 핵심은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은 해당 주민들이 부담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돈을 타 쓰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부담할 수 있도록 재정구조를 바꿔내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에 불과한데 정작 세출규모의 60%가 지자체에서 쓰이고 있다. 즉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사무가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시키는 사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정은 중앙정부가 하고 지자체는 집행책임만 있는데 이것을 자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난 9월 발표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국세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높이고 장기적으로 6:4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고보조사업을 줄이는 대신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지방세수율을 높여 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 간의 격차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방세 확대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큰 틀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아마 1월 말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발표될 것이다. 

재정분권과 별개로 자족시설 유치를 통한 재정확보방안도 과제일 것 같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지자체 재정마련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래서 고양시도 방송영상산업, 스마트산업 육성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산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지자체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치분권강화를 통한 권한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덧붙이자면 과거 개발중심주의 시대처럼 재정규모가 마냥 늘어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는 고양시민의 가장 큰 불편함이 무엇인지, 문화생활적 욕구들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 공동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놓고 재정운영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례시 추진의 필요성과 방안은.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한 권한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행정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재원마련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 충원을 위한 조직개편방안도 필요하다. 

특례시 추진에 있어 중요한 점은 우리만 잘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치분권 역량을 높여 타 지자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내는 것이다. 때문에 고양시의 경우 파주, 김포 같은 주변 도시와의 협력관계를 넓혀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정연구원에서도 내년 특례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연구와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추진근거들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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