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최창의

최창의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고양신문] 2019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었다 해도 하루 하루가 이어지는 것이지만 새해를 맞는 기분은 늘 새롭습니다. 새 마음 새 기분이 되어 겉은 옛사람이되 속은 새사람으로 거듭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새해를 맞으면 어린 아이처럼 새로운 소망을 품고 또 다른 다짐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저도 새해 아침에 뜨는 해를 보면서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까 설계하는 묵상을 하였습니다. 제가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아무래도 과정보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살아왔습니다. 또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일에 가려 사람을 못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때마다 현재 삶을 즐기지 못하고 미래 이상을 좇아 자신을 채근하기에 바빴지요. 이제 이런 고단한 삶의 방식을 조금 내려놓고 싶습니다. 좀 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금을 즐기며 살아야겠다 마음먹어 봅니다.

몇 년 전에 탁구를 한번 배워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탁구장에 레슨을 신청해 놓았다가 며칠 만에 포기해버렸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일정한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이 커서 그랬습니다. 그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앞서 나중으로 미루자는 것이 결국 탁구를 못 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향해 일 중심으로 살다 보니 시간을 내서 익혀야 하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한탄스럽습니다.

올해는 앞으로가 아니라 살고 있는 이 순간순간이 인생의 가장 황금 시기임을 알고 현재를 즐겁게 지내려고 합니다. 지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악기를 배우고, 공연을 감상하고, 여행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제 앞에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늘 고맙게 받아들이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한때 “부자되세요”라는 돈다발냄새 나는 말이 나돌던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세상 풍조도 달라지고 추구하는 가치도 높아져서 많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합니다. 행복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행복을 강조하고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자신이 일상에서 행복한가를 자꾸 따지면서 오히려 불행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답니다. 행복하기 위해 자꾸 무엇인가를 얻거나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돈, 건강, 취미, 친구 같은 다양한 것들이 채워지지 않아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욕구 불만에 빠지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나 가족의 행복을 얻기 위해 다른 이의 행복을 뺏거나 외면하는 일이 없는가를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때때로 안산의 고훈 목사님이 만든 찬양을 부르면서 행복한 삶의 기준을 다시 되새겨보곤 합니다. 그 가사가 이렇습니다.

“내가 웃고 있을 때/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나의 웃음으로 인하여 울고 있는 사람이 있으리/ 내가 오르고 있을 때/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나의 오름으로 인하여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리/ 산다는 것은 모두 다 그런 일 / 기쁨 또한 기쁨만은 아니어라/ 오름 또한 오름만은 아니어라./

내가 잃고 있을 때/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나의 잃음으로 인하여 얻고 있는 사람이 있으리/ 산다는 것은 모두 다 그런 일/ 잃음 또한 잃음만은 아니어라/ 잃음은 결코 잃음만은 아니어라.”

올해 저는 ‘행복하게 살기’에서 나아가 ‘착하게 살기’로 삶의 방향을 전환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착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이 버리고 비워야 착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을 자주 도와주고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바보처럼 착한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내 자신을 늘 갈고 닦아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안인”을 화두삼아 2019년도를 살아가겠습니다. 고양신문 독자여러분도 모두 새해를 아름답고 복되게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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