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고양신문] 요즘 머릿속에 항상 맴도는 언어가 하나 있다. ‘대화’이다. 대화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닌, 마주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 이처럼 쉬운 일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요즘엔 대화가 참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개인과 조직, 권력과 시민의 관계에서도 대화는 쉽지 않다.

대화는 말을 듣고, 말을 하는 일보다 한 단계 나아가, 말을 주고받는 일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생각을 열어놓지 않으면, 말이 허공에 떠돌게 된다. 어렵고, 허무하다. 재밌고 충만했던 대화를 기억해보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신뢰가 높을 때였다.

고양신문에서 일하다보면 대립과 갈등의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권력과 시민의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요즘 큰 갈등 중 하나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고양시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도심 녹지를 지키자는 시민운동이 6년째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준 시장이 당선된 이후에는 진전이 있겠지 싶었지만 나아진 게 없다. 최근에는 시청 천막농성이 시작돼 한 달째 한겨울을 천막에서 버티고 있고, 조정 고양시환경운동연합 의장의 단식투쟁도 4일 현재 12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후환경국을 신설해 환경문제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선언한 이재준 시장에겐 상당한 고충이다.

안타까운 점은 산황산 골프장 반대운동에 나선 시민들과 이재준 시장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대립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준 시장은 당선되기 전부터 산황산 골프장 증설문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도 같은 생각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대화’가 단절돼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기 어렵고,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3자가 전달하는 말은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뒤 맥락과 생각이 제외된 헛말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생각을 확인하고, 주고받고, 수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재준 시장과 조정 고양시환경운동연합 의장 간의 상호 불신이 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듯하다. ‘녹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다루는 문제에 개인 간에 쌓인 불신이 걸림돌이 된다면 일단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시장은 개인을 넘어 시민을 보아야 하며, 조정 의장 역시 다양한 시민의 한 명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재준 시장이 조정 의장의 투쟁 방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면 오히려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에 함께하는 다수의 시민을 모두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대화의 자리로 나서야 한다. 조정 의장 역시 ‘대화’를 시작하려면 이재준 시장의 생각을 큰틀에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말 하나하나가 단절돼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면 대화의 자리에 나오는 일 자체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화는 생각을 열고, 마주 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이제까지 서로에게 쌓인 시선을 깨끗이 내려놓고 서로 생각을 들어보자고 작정하고 만나야 한다. ‘대화’를 통해 생각이 넘나들면 서로 떠밀지 않고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보일 수 있다. 민주주의란 결국 다양한 시민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며 삶과 도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대화는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목표일 수 있다. 새해에는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화’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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