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민수 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신개념 파력(波力) 발전 시스템 개발
파도의 원운동과 직선운동 동시 활용
2중 변환장치 적용해 ‘발전효율 2배’

 

신개념 파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한 건설연 박민수 수석연구원.

[고양신문] 국내 연구진이 신재생에너지의 미개척 영역인 파력(波力)발전 분야에서 발전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신개념 파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한승헌, 이하 건설연) 박민수 박사 연구팀은 “기존 파력발전에 비해 발전효율을 2배 이상 높이고, 24시간 안정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파력발전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파력발전이란 바다의 파도 운동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지만, 변화무쌍한 해양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벽에 부딪혀 아직 상용화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2중 변환장치’와 ‘자동 위치조절장치’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박민수 박사의 설명이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민수 수석연구원을 고양시 대화동에 자리한 건설연 연구동에서 만나보았다.
 


새로 개발한 파력발전시스템의 특징은.

파도가 칠 때 물의 표면은 원운동을 하고, 아래 부분은 직선운동을 반복한다. 여기에 착안해 물위에 뜬 상부에는 원통형 실린더를, 물에 잠기는 아래쪽에는 스윙판을 설치해 두 종류의 에너지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중전환 클러치기어를 장착시켜 매 순간 둘 중 더 큰 에너지로 발전기를 구동시키도록 설계했다. 이번에 개발한 파력발전장치 1기당 생산전력은 시간평균 3kW로 소형풍력발전과 소요비용은 유사하지만, 풍력발전에 비해 필요면적은 적고 소음발생 염려도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비해 파력발전은 좀 낯설다.

우리나라는 1970년도부터 파력발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니 역사가 짧지 않다. 그동안 여러 번의 연구가 진행됐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몇몇 국가에서는 대용량 파력발전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다. 이번에 우리 팀이 개발한 것은 소용량 발전 시스템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 방파제나 가두리양식장, 도서지역 등 어디서든 설치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태풍이나 조수간만의 차 등의 극복요소 역시 자동조절장치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신개념 파력발전시스템의 구조.


소용량으로 개발한 이유는 뭔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적재적소에 설치하려면 소용량이 적당하기 때문이다. 상용화 단계에서도 대용량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도 크지 않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발에 중소기업인 코리아인코어테크놀러지가 연구팀에 합류해 발전기와 전력변환기 분야를 담당하기도 했다.

연구 과정을 들려 달라.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연구를 진행해, 수차례 시도 끝에 실험모형을 완성했다. 이 시제품을 해양과 가장 비슷한 조건을 실험할 수 있는 전남대 여수캠퍼스 조파수조에 설치해놓고 장기간 실험을 했다. 입력 에너지와 생산 에너지를 정밀하게 반복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부유식 진자형 파력발전기에 비해 시간 평균 2배 이상 향상된 시간평균 24.1%의 높은 발전효율을 기록해 무척 뿌듯했다.

개발된 모델이 실용화될 수 있을까.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초기 투자가 이뤄져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인공 조파수조에서 실험을 했는데, 실제 해양에서 현장테스트를 하고 문제점을 모니터링 할 기회가 생긴다면 훨씬 상용화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에서 장기 전략을 세워 투자한다면, 파력발전 분야도 대안적 에너지로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해양환경에 관계 없이 설치가 가능한 만큼, 국내 연근해역 적용 확대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용량 파력발전시스템이 방파제 앞에 설치된 개념도.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현황은.

국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아직 5%에 머물고 있다. 2030년까지 이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이다. 이번 신개념 파력발전시스템 개발이 파력발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3면이 바다인 한국이 향후 청정에너지 분야의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관심 분야는 어느 쪽인가.

해양토목을 전공했다. 해양구조물에 관심이 많아 해상 풍력발전 지지구조물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올해는 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함께 사용연한에 가까워진 육상 풍력기의 철거, 또는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이래저래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 개발에 활용된 축소모형을 들고 있는 박민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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