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애 신임 고양자치공동체지원센터장 인터뷰

풀뿌리공동체·마을포럼·느티나무도서관
지역공동체 중심 컨소시엄으로 위탁맡아
센터는 공동체사업 촉진자·조력자여야
주민 중심 ‘천개의 마을 꿈’ 지원할 것 


지난 2년간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많은 내홍을 겪었다. 기대감으로 시작된 자치공동체센터였지만 1년만에 모법인 횡령사건으로 위탁법인이 교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외부기관이 연이어 센터운영을 맡으면서 지역공동체와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자치공동체센터의 새로운 모법인으로 (사)고양풀뿌리공동체(대표 김훈래), (사)고양마을포럼(대표 윤주한),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대표 이승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특히 컨소시엄을 주도한 고양풀뿌리공동체는 고양시 풀뿌리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법인으로 앞선 두 차례 공모에서 외부단체, 기관 등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3수만에 센터운영을 맡게 됐다.  

새해 첫날 신임 센터장으로 취임한 권명애 고양풀뿌리공동체 전 사무국장을 10일 마두동 KT건물에 위치한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권명애 신임 센터장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2010년 무지개연대 당시 자치도시정책 제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2015년부터 고양시 공동체활동가들과 고양풀뿌리공동체라는 법인을 설립해 활동해왔다.    

3수만에 센터 위탁을 맡게 됐다. 센터장으로 오신 소감은.
지난 2년간 자치공동체센터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편으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도 책임감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센터 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주민들을 어떻게 만나고 대화하며 과정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센터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센터 활동가들과 눈을 맞추고 같이 호흡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센터위탁까지의 과정과 운영비전이 궁금하다.
지난 두 차례 공모에 탈락하면서 단독으로는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같이 할 파트너를 구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공동체센터인 만큼 지역단체와 함께 하는 게 맞겠다 싶어 고양마을포럼과 느티나무도서관에 제안했고 3개 단체가 힘을 모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느티나무도서관의 경우 행신동에서 10년 가까이 공동체 활동을 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사업제안서에서 내건 슬로건은 ‘천개의 마을 꿈’ 프로젝트였다. 고양시 39개 동 안에서 각각 아파트 단지, 연립블록, 자연마을 등을 나눠 분석해봤더니 대략 고양시에 1000개의 마을을 새롭게 그릴 수 있었다. 이러한 각각의 마을이 공동체를 통해 활성화 된다면 진정한 자치로 한발자국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게는 동네 텃밭 가꾸는 일부터 크게는 도시계획까지도 주민 중심으로 고민할 수 있는, 개인의 꿈과 마을의 꿈이 함께 이뤄지는 그런 모델을 그려봤다. 여기에서 센터는 이런 주민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파악은 어느 정도 됐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업무파악은 대략 80% 정도 이뤄졌다. 가장 먼저 센터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동안의 운영에 대한 의견도 듣고 개선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속에서 기본적인 업무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좀 더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그동안 공동체 센터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꿔나갈 것이지 궁금하다. 
그동안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컨설턴트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이 모든 것들을 각각의 단위사업으로만 접근해왔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추구하는 공동체 활동 속에서 센터 사업이 하나의 매개가 되고 촉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사업으로 끝나버리는 과정이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센터의 가장 큰 역할은 촉진자,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이러한 공동체 사업과 활동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실태조사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롭게 참여하고 싶은 다양한 주민들을 모아내지 못했다. 이게 가능하려면 센터가 실제 마을단위 안에 들어가서 주민과 부대끼고 접촉하는 면이 넓어져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센터사업에 많이 반영되지 못했다.  
덧붙이자면 센터는 기본적으로 활동가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업무를 소홀히 하자는 게 아니라 주민보다 몇 발자국 앞에서 공동체를 고민하고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 높아야겠지만 자기철학과 가치관이 높아야 하고 지역에 대한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방향성은 잡혔지만 이제 이걸 어떤 방법론으로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은 매우 높지만 변화의 방향과 내용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견이 많다. 각각의 요구들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 많다. 

2010년 당시 자치도시 고양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었다. 현재 고양시는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고양시는 2011년 주민자치활성화교육이 시작됐다. 당시 시민사회 요구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자치는 결국 주민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당시 많은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제 활동과 연결하면서 많은 성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2011년 4억원으로 시작한 공동체예산이 작년에는 3억50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8년 동안 오히려 퇴보한 것은 아닌지 되물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그동안의 주민공동체 사업 자료를 살펴보면 지원을 통해 자립한 공동체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주민공동체가 성장하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충분히 조력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공동체지원센터장을 맡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대자동 토박이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이 재밌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꿔왔다. 그래서 고양시민회를 중심으로 시민단체활동을 해왔고 2010년 무지개연대에 참여해 자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개혁적 진보적 정책을 제안하며 좀 더 살맛나는 도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2010년 이후 시정주민참여위원, 주민자치위원 등을 경험하면서 공동체 활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마을단위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동체사업이 당장 먹고사는 일을 개선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단위로 주민들이 모이다보면 그들의 삶에 밀접한 요구들이 나올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이 정책으로 반영된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센터에서 그동안 해왔던 성과를 잘 이어가는 한편 현장과 어떻게 밀착하고 자원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행정과의 협력, 중간지원조직과의 협력 등에 대한 시스템을 어떻게 잘 구축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마을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기에 필요한 지원체계가 각 행정부서별로 필요할 것 같은데 이를 묶어낼 수 있는 행정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를 중장기적 과제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간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면 이를 통해 실질적인 마을자치로 이어지게 하는 방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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