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아웃' (감독 조던 필, 2017년 작, 미국)

조던 필 감독의 2017년 작 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고양신문] 2017년 5월 '겟 아웃'이라는 영화가 개봉했고 유명한 배우 하나 없이 의외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의 성공 배경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바로 과거 유사한 테마의 공포 장르의 영화와는 현격하게 달랐던 ‘차이’ 때문이었다. 영화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은 이미 미국에서 스탠드 업 코미디로 유명한 코미디언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인종 차별이란 문제를 직면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완전히 백인도 흑인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이와 차별이라는 실존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살던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코미디언이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갖게 된 후 인종차별은 그에게 단골 소재가 되었고 지금은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겟 아웃'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흑백 커플이라는 세팅이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특정 패턴의 이야기를 그리기 마련이다. 그건 바로 우리 속에 ‘선입견’이 있기 때문인데, 감독은 그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의 외피는 일반적인 공포 영화의 화법을 두르고 있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미국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역이용해서 생각의 허점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극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신의 선입견에 대해 내뱉는 외마디 탄식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감독은 영화는 통해 포스트 인종차별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즉,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의 임기가 끝난 이후의 미국을 상정한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과 관련해 가장 큰 선입견은 그들이 스포츠와 배우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그런 사회적 편견을 딛고 일어나 오바마는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가 미국의 수장으로 있던 8년이란 시간은 흑인들에게 치유의 시간이자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흑인 어린이들이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뼈저리게 경험하던 인종차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그들을 괴롭혀 오던 인종차별의 망령은 쉬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은 일종의 버전 2.0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이후 겉으로는 노골적인 흑인차별이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내면까지는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종 차별의 옷은 예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화했다.

영화의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서 감독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들이 끊임없이 주인공인 흑인 남자에게 자신이 흑인을 좋아한다는 식의 언급을 한다. 흑인은 대단하고, 멋있고 오바마 대통령이 한번 더 대통령으로 나왔더라면 그에게 투표했을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런 말들은 마치 겉으로는 자신이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아주 호의적이고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흑인을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다른 백인들처럼 대하지 않고 특별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 대우라 함은 나와 네가 같음을 의미하는 포용이 아니라 너와 나의 다름을 배제의 방식으로 구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차이는 존재한다. 그중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피부 색깔과 같은 것이다. 그 차이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다. 우리 안에 편견을 유지한 체 차이를 대하면 그것을 차별하게 되지만 편견을 극복하고 차이를 수용하면 포용을 만들어 낸다. 이 글을 읽는 어느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차별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편견을 극복해내려는 의지가 없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박스 안에 갇혀서 자기도 모르게 차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먼저 편견이라는 박스에서 나와야(겟 아웃) 합니다. 어떻게 나올지는 사람들마다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올해는 편견이라는 박스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겟 아웃 하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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