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김경윤 인문학 작가

[고양신문] 드라마 ‘SKY 캐슬’이 끝났다. 명문대학을 보내겠다는 부모의 욕망이 자녀들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막장공포 희비극 계몽드라마 장르에 속하는 이 연속드라마는 우리 아내의 관심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울대 전문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쓰엥님(김서형 분)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실로 연기대상감이었다. 웃픈 현상은 이 드라마가 끝난 후 입시전문 학원의 광고지며 학습지 전문회사의 광고가 모두 SKY라는 목표를 내걸고 전면적으로 뿌려졌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계몽과는 반대 효과가 나타났으니 실로 우리나라는 SKY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SKY의 효용성은 현실사회에서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SKY에 대한 환상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와 같은 명문대 신드롬은 역사가 짧지 않다. 박정희 시대 국가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의 주역이었던 관료들이 거의 SKY 출신들이었고, 거기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겨온 대기업은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니, 사원을 뽑을 때 SKY를 중심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공무원들의 선발 역시 시험을 통해서 했으니, 시험에 천재들인 SKY 출신의 대학졸업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SKY로 향했던 학부모들의 욕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고려말부터 오늘날까지 600년을 이어온 시험 중심의 인재선발을 어찌 부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국가기구며 대기업들은 SKY를 중심으로 자신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그럼 이 현상은 계속될 것인가? 머지않아 파국에 이를 것이다. 이미 대기업의 신입사원 선발이나 중역선발의 기준에서 SKY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상명하복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조직의 원리가 파괴되고 있다. 미래가 뻔히 보이는 과거에는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덩치를 키우는 것이 생존전략으로 유효했다. 경험을 축적한 선배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행동이었다. 평생직장과 연공서열, 상명하복의 조직원리는 진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원리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출신대학과 스펙을 기준으로 뽑아온 기업의 선발기준은 임상결과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정답을 확신하며 잘난 맛에 살았던 SKY출신 사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마지막 보루인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는 정답이 있는 시험을 통해서 선발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퇴보적 현상이다. 선진국 중, 점차로 몰락해가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도 시험으로 공무원을 선발하지 않는다. 시험기계로 성장한 사람들의 몰락은 역사적으로 자명하다. 시험기계들의 집합소인 SKY의 몰락 역시 자명하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구약성서’에 따르면 블레셋이라는 막강한 대국이 이스라엘을 쳐들어왔을 때, 사울왕의 군대는 중과부적인데다가 뛰어난 장수마저 없었다. 적에게는 골리앗이라는 불세출의 장수가 거대한 덩치와 철갑으로 무장한 채 버티고 있었다. 그때 양을 치던 청년 다윗이 나섰다. 사울왕은 자신의 갑옷을 그에게 입히고 자신의 무기를 들려주었으나 다윗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는 무장을 해체하고 가벼운 몸으로 돌팔매만 들고 전장에 나갔다. 데이터에 따르면 골리앗의 승리는 확실시 되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를 증언한다. 양치기 청년 다윗이 승리하였다.

학벌이라는 덩치와 스펙이라는 갑옷은 오늘날의 청년 다윗에게는 전투력 강화의 무기가 아니라 자신을 옥죄고 행동을 자유롭게 못하는 방해물에 불과하다. 평소에 양을 보호하기 위해 휘둘렀던 돌팔매야말로 그에게는 최적의 무기였다. 그러니 학벌과 스펙 쌓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이여, 그 시대착오적 감옥에서 벗어나라. 새털 같이 가벼운 복장으로 그대의 특기인 돌팔매를 휘둘러라. 그 작은 돌로 거대한 체계인 골리앗과 상대하라.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를 개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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