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생명 위협한 음주운전 “제명했어야”

20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채우석 의원이 '30일 출석정지' 징계가 확정되고서야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사퇴 요구했던 야당(한국‧정의당)의원들
‘30일 출석정지’로 수위 낮춰 의결
시민사회단체 규탄 성명서 발표
회기 없는 동안 출석정지 “의미 없어”
시민 생명 위협한 음주운전 “제명했어야”


[고양신문] 새해 첫날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빚은 고양시의회 채우석 의원의 징계가 ‘30일 출석정지’로 결정되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29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20일, 징계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 시민이 방청석에서 고함을 치며 제명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은 공무원들에 의해 퇴장 당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런 시민들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징계 결정을 내리고 본회의장을 급하게 빠져나가던 시의원들의 얼굴은 무거워 보였다.

20일 오전 고양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출석정지 30일,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를 징계안으로 묶어 본회의에 상정했으며, 비공개로 진행된 본회의 징계안 의결은 10여 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나고 말았다. 본회의 의결에서 의원들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에서 30일 출석정지가 의결된 직후, 휠체어를 탄 채우석 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원들 앞에서 공개사과를 했으며, 이후 이윤승 시의회 의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경고했다. 5분여 만에 ‘사과’와 ‘경고’라는 징계절차가 마무리됐다. 공개사과에서 채우석 의원은 “향후 음주운전으로 또다시 적발되면 자진해서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약속했다.

본회의에서 30일 출석정지가 확정되자 고양시민회 회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출석정지라는 처분이 남았지만 징계 의결일로부터 앞으로 30일 동안은 의회일정상 회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30일 출석정지’는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징계가 결정되자 지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고양시민회와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이날 곧바로 규탄 성명서를 냈다.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징계는 솜방망이를 떠나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음주운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해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있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음주운전 한번쯤은 봐준다’라는 안이한 공직윤리의식과 시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동료의원 지키기가 발현된 결과”라고 이번 결정을 비난했다.

징계와 관련해 이홍규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수위 징계인 제명 바로 다음 단계의 징계가 30일 출석 정지인데, 제명과 출석정지와의 간극이 너무 크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징계 제도(지방자치법) 자체가 허술한 점이 있어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4년간 전국 지방의회에서 실제로 제명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는데, 2건 모두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의 엄중한 사건이었다. 인명피해가 없는 음주운전은 면허정지와 벌금형이 전부이기 때문에 타 지자체 사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징계안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번 윤리특위를 통해 ‘제명’ 아래 단계의 고강도 징계안이 신설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지방자치법 개정 촉구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공개사과를 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채우석 시의원. 휠체어를 탄 이유는 교통사고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해명에도 윤리특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는 야당이 제몫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고 당시 민주당 채우석 의원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외쳤던 야당(한국당‧정의당) 의원들이 윤리특위(9명)를 모두 차지하고도 징계는 ‘30일 출석정지’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퇴가 당연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여놓고는 실제로 징계에 착수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한 달 만에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을 의식해서인지 본회의가 끝난 직후 정의당 소속 한 의원은 윤리특위 결정과정에서 더 강력한 징계를 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홍규 특위 위원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본회의에서 공개사과한 채우석 의원은 “출석정지 30일 동안의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는 모두 기부할 것이며 앞으로 봉사활동도 나설 생각이다. 또한 기획행정위원회 부위원장과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직도 모두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