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194호 창덕궁 향나무. 나이가 약 750년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고양신문] 미세먼지가 해를 가려 온통 잿빛 하늘입니다. 세상이 코맥 매카시 소설 『더 로드』 느낌입니다. 어서 노란 봄꽃들이 답답한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날이 왔으면 싶습니다. 노란 산수유 꽃, 개나리 꽃 따위가 기다려지는 때입니다. 초등학교 새내기들이 첫 학교에 갑니다. 노랑 봄꽃과 잘 어울릴 1학년 아이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설레는 봄을 맞듯 새 학기를 맞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학교에 가겠습니다. 며칠 지나면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더 시간을 보내면 학교 상징인 학교 나무와 학교 꽃도 배우겠지요. 좀 더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면 교가도 배울 겁니다.

 

고양시 관내 82개 초등학교가 상징으로 삼고 있는 학교 나무와 꽃을 살펴보았습니다. 3개 학교를 빼고는 홈페이지에 교목과 교화를 게시하고 있어서 조사하기 쉽군요. 생각 밖으로 교목과 교화 식물 종이 많지 않았습니다. 교목은 10종, 교화는 모두 14종입니다. 학교에서 상징으로 삼고 있는 나무는 소나무 25개교, 은행나무 19개교, 향나무 16개교, 느티나무 12개교, 단풍나무 3개교, 잣나무·주목 각 2개교, 오동나무·백송·밤나무 각 1개교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화는 장미 38개교, 개나리 20개교, 철쭉 7개교, 목련 5개교, 무궁화·진달래 각 2개교, 벚꽃·수수꽃다리·하늘나리·은방울꽃·매화·영산홍·민들레·국화가 각 1개교가 지정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율동초등학교는 밤나무, 풍산초등학교는 단풍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했군요.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여서 밤 율(栗) 율동, 단풍나무 산 풍산(楓山)이란 이름 때문이겠지요.

지난 3월 1일 앞뒤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민관 기념행사를 치렀습니다. 교육계에서도 일제 잔재 청산을 내세웠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은 청사 앞 가이스카향나무를 소나무로 교체해 심었습니다. 각급 학교는 친일파 동상, 친일파 이름을 딴 기념관,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 일본인 교장 사진 등을 철거하거나 폐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일제강점기 용어가 남아 있는 교훈, 교사, 교기, 기념비, 기념식수 표지석 등을 철거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일제강점기 문화가 밴 교목 따위를 옮겨 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대구초등학교는 본관 건물 전면 가이스카향나무 2그루를 뽑아서 교문 옆으로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바늘잎과 비늘잎이 함께 자라는 향나무 잎. 가이스카향나무는 주로 비늘잎만 나타난다. <사진제공=김윤용>

 
향나무는 보통 바늘잎과 비늘잎이 함께 나타납니다. 가이스카향나무는 일본에서 새롭게 개발한 향나무 종으로 바늘잎이 거의 생기지 않는 주로 비늘잎만 나타나는 향나무입니다. 오사카 부근 가이스카(貝塚) 지역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우리 이름은 왜향나무. 나무 몸통은 곧게 뻗지만 곁가지는 나사처럼 꼬이면서 가지를 펼친다고 해서 나사백(螺絲柏)이라고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초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전지를 통해 다양한 모양을 낼 수 있어 조경수나 경관수로 많이 심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심지 않은 가이스카향나무를 일제 잔재로 보는 게 타당한 일일까요? 학교에 한두 그루 가이스카향나무가 있다고 해서 일제 잔재라고 옮겨 심을 필요가 있을까요? 가이스카향나무에게 일제 잔재를 모두 덤터기 씌우는 건 아닐까요? 항일유적이나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등에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이겠지만 일제 잔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학교 홈페이지를 살피다 엉뚱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학교 상징 나무를 향나무로 지정한 학교 가운데 교목을 향나무라고 밝히면서 가이스카향나무 사진을 게시한 학교가 몇 곳 있군요. 일제 잔재 청산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정확한 나무 종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가이스카향나무는 나사 모양으로 곁가지가 뻗어 나무 모양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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