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대안 없이 표류하는 한류천 수질개선 방안>

▲ 지난 7일 한류천 상류 모습. 녹조와 기름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양신문] 한류천 수질개선 방안이 고양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CJ그룹이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될 K-컬처밸리를 관통하고, 고양시 미래먹거리 산업이 집약될 일산테크노밸리를 경유하는 하천이라 각종 규제로 산업기반이 전무했던 고양시 입장에서는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마땅한 개선책이 없어 지금까지 논의만 이어왔을 뿐 모두가 동의할 만한 방안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류천은 지금도 일산신도시의 중앙배수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천이라 불리지만 유지용수가 없다는 태생적 한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처음부터 하천이 아니라 배수로였기 때문에 발원지가 없다. 때문에 맑은 날이면 물이 흘러들지 않아야겠지만, 평소에도 하루 1만톤 이상의 오접하수가 흘러들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 유일한 공급수가 오접하수인 것.

상류와 하류의 경사도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2.6㎞ 길이의 하천 상류와 하류 높이차이가 수십㎝에 불과해 구조적으로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한강 밀물이 올라올 때면 역류를 막기 위해 하류 수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다. 평소 더러운 물만 흘러나오는 배수로를 과연 어떻게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목표로 하는 사업지 중심에 둬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경기도는 과거 한류월드 부지매각의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한류천 상류에 270억원을 들여 수변공원을 만들었지만, 앞서 언급한 태생적‧구조적 문제 때문에 수질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오히려 멋진 공원을 기대했던 인근 아파트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의 원성만 사고 있을 뿐이다. 한류천에서 그나마 수질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류부(수변공원)의 수질은 5~6등급이며, 하류부는 눈으로 보기에도 참담한 수준이다. 현재 수변공원의 수질은 오접하수의 수질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 한류천 하류 끝단에 있는 일산하수처리장 모습.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처리수)를 한류천 상단까지 파이프로 연결해 2.6㎞를 끌어 올려 다시 하류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이 고양시가 도출해낸 최적안이다.

하수처리수 재활용해 유지용수 공급
수질3등급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고양시는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두 번의 타당성용역을 실시했다. 2017년에 한 번, 그리고 올해 최종보고회를 가진 용역에서다. 두 용역을 통해 고양시가 나름대로 도출한 최적의 방안은 일산하수처리장의 방류수인 하수처리수(수질 2~3등급)를 하천의 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루 10만톤의 하수처리수를 하천 상류로 보내고 수처리시설을 추가로 가동하겠다는 것.

맑은 날에도 하루 1만톤 이상 오수가 나오는 오접하수관(바이패스관)은 한류천 하류 끝까지 연장해 한강으로 바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이 방안으로 3급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목표수질 3급수가 최선의 방안인지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하천이 한강하류와 비슷한 3급수 수준이라면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과 함께 CJ테마파크 사업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질목표를 3등급으로 세웠다면 색도와 탁도, 냄새에 대한 기준이라도 명확히 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불명확하다. 고양시의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하천의 유지용수로 쓰겠다는 하수처리수의 ‘질소’와 ‘인’ 함량은 12.1, 0.17 수준인데, 목표수질은 3.0, 0.05로 턱없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질소와 인은 녹조와 악취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 하천수질 전문가는 “한류천 수질이 고양시가 정한 목표수질에 근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이 방안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최선이라는 말 속에는 사업비 최소화라는 뜻도 포함된다. 올해 초 최종보고된 타당성 용역에선 네 가지 안이 설명됐는데, 그중 하수처리수 재활용 방안이 총사업비 279억원으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작년 중반까지는 사업비가 207억원이었지만 용역과정에서 279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시의원은 “고양시가 확보 가능한 사업비 내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려다보니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배수로를 수변공원화하는 데에는 유지비도 상당히 들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는 연간 18억원을 유지비로 예상하고 있지만, 하천수질 전문가에 따르면 “적어도 1년에 30억원 이상 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는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하천을 다시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다. 한류천은 신도시 배수로이기 때문에 강우 시 도시에 쌓인 작은 쓰레기들이 휩쓸려 배수로에 모이게 되는데, 이를 다시 복구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강수량이 많으면 산책로 위까지 범람하기 때문에 복구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양시의 최근 용역자료에 따르면 강우 후 한류천 수질회복이 반나절 만에 가능하다고 돼 있지만, 과연 이것이 믿을 만한 수치인지는 담당 공무원마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3급수만으로도 수변공원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시민들의 이용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CJ가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한류천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복개했을 때 한류천의 단면 모습. 치수 안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가로 세로 5m 박스 8개 이상을 일렬로 땅속에 설치해야 한다. 복개 이후 상부에 1급수 수변공원 조성이 가능하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하천 아닌 배수로, 수질개선 어렵다
복개하고 상부는 공원부지로 활용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배수로는 배수의 기능만 담당하게 하고 땅속에 묻자는 제안이다. 배수로를 복개하고 그 위는 새로운 수변공원을 조성하거나 공공부지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 또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복개 방안은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어 장기적 경제성에서 유리하고, 오염원을 지하로 배출하기 때문에 상부에 쾌적한 수변공원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의 가장 큰 걸림돌은 초기 공사비용이다.

CJ가 자체 진행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지하에 대형 배수관(한류천)을 설치하고 그 위에 1급수의 수변공원을 조성<사진 참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948억원이다. 그런데 CJ의 용역은 하류천 상류부(수변공원)만 공사를 진행했을 때의 비용이다. 한류천 절반인 하류부에 대한 대책은 정확한 설명이 없다. 만약 하류까지 복개하거나 하류부 수질개선 사업이 따로 진행된다면 사업비는 수백억원이 더 추가된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안전문제다. 한 전문가는 “한류천은 대화배수펌프장의 유수지 역할을 하는 곳인데, 만에 하나 용량을 넘겼을 때엔 일산신도시로 물이 역류하는 사태가 발생해 침수사고가 날 수 있다”며 “복개를 하려면 한강으로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시설을 더 키워야하고 배수암거도 기준보다 더 크게 설계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복개 방안을 이미 고려해 봤지만, 배수펌프시설을 늘리기 위해선 또 다른 비용이 들어가고 부지확보도 현재로선 어려움이 많다”며 “사업비를 무한정 확보할 수 있다면 복개 후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개는 최근에서야 제안된 방안이다. 복개하천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되는 요즘,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제안이라는 부담 때문에 복개는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류천 수질개선 사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단계까지 오면서 ‘이젠 상상력을 동원하자’라는 말로 시작해, 금기시 돼왔던 단어인 ‘복개’라는 말을 공개된 자리에서도 하고 있다. 복개를 주장하고 있는 김서현 시의원은 “경사가 거의 없는 배수로라는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거라면 자연하천도 아니니 과감히 복개를 하는 것이 차후에 수변공원과 같은 문제를 또다시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재원문제는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복개는 하천의 기능이 상실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재원이 충분히 확보돼 치수 및 재해문제까지 보완된다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재원문제에 있어서는 CJ가 얼마나 비용을 분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고양시 입장에선 특정기업을 위해 막대한 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 복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CJ테마파크 부지를 관통하는 하천이니만큼 만약 CJ가 통 크게 사업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을 때 고양시가 그 제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한다.

하수처리수를 재사용해 3등급 수질의 하천을 만드는 방안,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복개하는 방안. 고양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춘표 고양시 부시장은 7일 ‘한류천 수질개선 실시설계 착수보고회’에서 “용역의 완료 시점(올해 10월 예정)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의회·전문가·공무원이 함께 TF팀을 꾸려 모든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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