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가수’ 박서형·이상훈 부부

봉사 앞장서던 부지런한 동네 일꾼
2년 전 앨범 발표, 정식 가수 데뷔

남편이 노랫말 쓰며 아내의 꿈 응원
통일염원 담은 신곡 ‘평화의 바람’ 발표

 

신곡 '평화의 바람'을 발표한 통일가수 박서형씨. 왼쪽은 작사가이자 매니저인 남편 이상훈씨.


[고양신문] “바람이 분다 평화의 바람 바람이 불어온다, 평화의 바람 불어온다 통일의 바람 불어온다”

경쾌한 리듬에 담긴 노래가 신명난다. ‘평화의 바람’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이는 가수 박서형씨다. 그는 지난 3월 1일, ‘평화의 바람’으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고양시 3·1운동 100주년 기념공연’ 오프닝 무대를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신곡 ‘평화의 바람’과 함께 ‘통일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서형씨 곁에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 노랫말을 짓고, 아내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부지런히 뛰고 있는 남편 이상훈씨다.

2017년 첫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박서형씨는 가수가 되기 전부터 지역에서 명성 자자한 마을 일꾼이었다. 일산신도시가 막 입주를 시작하던 1995년 문촌마을 주민이 된 후 주엽동과 대화동에서 통장 일도 하고, 주민자치위원회 상근 간사도 3년이나 역임했다.
“지역일을 부지런히 하다 보니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를 할 기회가 많았어요. 요양원 등을 찾아가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 한 곡을 하면 다들 너무도 좋아 하셨어요. 내친 김에 크고 작은 지역축제 무대에도 여러 번 섰지요.”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마이크를 잡으면 웬만한 가수 울고 가겠다는 소리를 늘 듣곤 했지만 그저 세 자녀 열심히 키우는 엄마로, 부지런한 마을 일꾼으로 살아가던 박서형씨를 ‘진짜 가수’의 길로 이끈 장본인은 바로 남편이다.
“40여 년 전 군 생활을 할 때 아내를 만났는데, 노래를 워낙 잘 해서 나중에 꼭 음반을 내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생활에 쫓겨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다가, 더 늦기 전에 아내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박서형씨는 정작 자신은 잊고 있었던 약속을 상기시켜주고, 용기를 갖도록 해 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모든 게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런데 남편이 직접 작사를 하겠다며 매일 책을 보고 공부를 하더라구요.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더니 수십 편의 노래 가사를 만들어 냈지 뭐예요. 우리 남편이지만 정말 착하고 대단한 사람이에요(웃음).”

이상훈씨가 작사한 노래들 중 다섯 곡을 엄선해 2017년 ‘아리랑 임진강’을 타이틀곡으로 첫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상훈씨는 “내 고향인 파주시와 내가 살고 있는 고양시, 그리고 외할머니 고향인 북녘 땅 개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한다. 자연스레 평화와 통일에 대한 그리움이 담기게 됐다는 이야기다. ‘아리랑 임진강’은 마식령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지나 한강과 만나는 임진강을 그렸고, ‘감악산’과 ‘꽃사랑 연가’에는 파주 감악산과 북한산·덕양산 등 고양의 명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활발히 활동하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 곳은 바로 시민통일운동모임인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대표 윤주한. 이하 통이사)’이었다.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통이사 시민통일학교 15기에 입학하면서 통일의 중요성과 시민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남편과 함께 공부를 했는데,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통일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염원인지를 올바로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작은 힘이지만 내가 가진 재능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품게 됐구요.”
 

신곡 '평화의 바람'이 담긴 통일가수 박서형씨의 새 앨범.


이번에도 역시 남편 이상훈씨가 발벗고 나섰다. 그는 통이사 멤버들과 나눈 생각과 열정을 고스란히 녹여내 쉽고도 명쾌한 ‘평화의 바람’ 이라는 신곡을 완성했다.
“윤주한 대표님을 비롯해 통이사 선후배님들이 정말 큰 힘이 돼 주셨어요. 통일가수의 콘셉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그분들의 응원 덕분에 신곡을 완성했으니까요.”

노래는 신명나는 응원가풍이라 행사장이든 공연장이든 분위기를 띄우기에 안성맞춤일 듯하다. 앨범 재킷 뒤편에는 평화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임진각 평화누리의 풍경을 넣었다. 새 노래가 제목처럼 바람을 타고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노래 속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통일을 미심쩍어하고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내 노래가 그런 분들의 마음을 녹이는 신나는 멜로디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서형씨의 바람에 이상훈씨가 맞장구를 친다.
“언젠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고 갈 때 개성과 고양을 오가며 노래를 부르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양의 이웃들이 ‘통일가수’ 박서형을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오래 전 약속을 실현한 부부는 이제 새로운 꿈을 향해 함께 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