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서울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5월 정식개장, 4월까지 무료개방
세계 12개 도시 나무와 식물문화 소개
주제원·온실·호수원·습지원 구성

 

고양시에서 멀지 않은, 서울 마곡지구에 문을 연 서울식물원은 도심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행주대교를 건너 10분이면 닿는, 고양시에서 지척에 있다. 경의선을 타고 가다 공항철도를 갈아타서 마곡나루역에서 내리면 된다.
늦기 전에 찾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4월까지 무료 개방이기 때문이다.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도 ‘무료관람’은 언제나 길 가다가 작은 행복을 주운 것 같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서울 서쪽의 마지막 남은 개발지역인 마곡지구에 조성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을 타고 도심에서 찾아갈 수 있는 대규모 식물원이라는 장점 덕에 조성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식물원 측은 “도시의 생태감수성을 높이고, 일상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도록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과 식물문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계절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열고, 도시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다.

 

지중해관 초입에서 마주하는 공간.


세계 곳곳 식물 만나는 지중해관

서울식물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식물문화센터다. 흰 색 철골구조에 수많은 유리로 마감을 한 건물 외형이 마치 거대한 우주비행물체가 내려앉은 듯 인상적이다. 이 건물에 강당과 강의실, 씨앗도서관과 카페 등 교육공간과 편의시설이 집중돼 있고, 무엇보다도 거대한 실내온실이 꾸며져 있다. 잦은 미세먼지에 시달린 폐에 어서 빨리 신선한 공기를 채워주고 싶어 온실 안으로 발길을 향한다.

기대했던 대로 온실 안은 온통 초록의 식물들이 방출하는 상큼함으로 가득하다. 직경 100m에  높이는 25m, 공간이 넓고 천장이 시원스레 높은 덕분에 일반 실내식물원과 달리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안구와 기도가 동시에 호강을 누린다. 전시공간은 지중해관과 열대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자가 찾은 날은 열대관이 내부시설보강을 하고 있어서 지중해관만 둘러봤다.
 

키 큰 식물과 작은 식물이 어우러진 모습.

 
식물 구성은 지금까지 다녀본 실내 식물원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조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성기지도 않게 다양한 식물종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다. 천장에 닿을 듯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서 있는가 하면, 포근하게 지표를 덮은 풀꽃들도 보인다. 동선을 따라 풍경과 볼거리가 달라지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정성이 느껴진다. 

자세히 보니 지중해성 기후대에 자리한 다양한 도시의 특징을 보여주는 식물들을 구간별로 배치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그리스 아테네와 터키의 이스탄불도 보인다. 덕분에 관람자들은 천천히 걸으며 여러 대륙의 도시 속 식물들을 만나는 ‘특별한 세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식물들뿐 아니라 정원과 계단, 조형물 등이 곳곳마다 최고의 포토존을 만들어준다. 여기저기서 셀카봉을 든 커플들이 화사한 얼굴로 버튼을 클릭하고 있다. 
 

여기저기 커플 방문객들이 느긋한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식물원이 들려준 ‘기다림’의 메시지

실내온실을 나와 야외구간을 산책해보자. 서울식물원 전체 구성은 크게 4구역으로 나뉜다. 중심구역에 주제원과 실내온실이 자리하고 있고, 열린숲과 호수원, 습지원이 주변을 빙 둘러싸는 모습이다. 열린숲은 식물원 전체의 방문자센터 역할을 하는 초입이고, 호수원은 넓은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와 관찰데크, 계단쉼터 등이 이어져 있다. 습지원은 서울식물원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연결로로, 한강전망데크와 새관찰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실내온실과 연결된 주제원은 우리땅의 자생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전통정원이다. 한국의 식물과 식물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바람의정원, 추억의정원, 사색의정원, 치유의정원 등 여덟 가지 주제정원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아직은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없지만, 나뭇가지에 연둣빛 물이 오르고 봄꽃이 피어나면 멋진 풍경을 선사하리라 기대된다. 
 

전통정원 양식으로 조성된 주제정원.

 
또 하나의 흥미로운 공간은 외떨어져 서 있는 고풍스러운 검은 색 목조건물인 마곡문화관이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지어져 마곡 평야에 물을 대던 배수펌프장으로,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내부에는 마곡지역의 역사, 근대 농업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야외구역은 이제 막 기본 조경을 마친 단계라 조금은 휑하다. 20년 전 일산 호수공원 조성 초기의 풍경이 어땠는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야릇한 기시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넓게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긴 도보다리를 건너는 맛이 나름 시원 상쾌하다. 세월이 흐르면 이곳도 일산 호수공원처럼 풍요로운 초록의 숲으로 가득해지리라 기대해본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하니 방화대교 너머로 행주산성이 보인다. 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고양시와 강서구가 새삼 가깝게 느껴진다.  

야외구간을 걷다 보니 눈에 띄는 현수막이 반복해서 보인다. ‘식물원은 기다림입니다.’ 맞다. 식물원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조급한 재미가 아니리라. 느리지만 천천히 성장하고, 알면 알수록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식물들의 매력을 만나려면 ‘기다림’의 습성을 마음에 장착해야겠다.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내부 정비를 위해 4월에는 지중해관을 개방하지 않고 열대관을 관람할 수 있다. 오후 5시에 입장을 마감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서울식물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높고 시원한 유리천장으로 화사한 햇살이 비쳐들어온다.

 

굿즈숍 한쪽의 모습.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호수를 가로지르는 긴 도보다리.

 

아기자기한 휴식공간이 마련된 호수 주변의 산책로.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