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부실덩어리 청소민간위탁 문제가 다시 여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위탁업체 10곳이 지난 4년간 청소차량 취득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시민혈세 수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최근 시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뻥튀기 된 차량비용이 다름 아닌 청소대행비용 원가산정 용역을 맡은 한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책정됐다는 사실이다. 20여년간 독점시장을 구축하게 했던 수의계약방식의 불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사실 고양시 청소민간위탁 부정비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미화원 허위등록 등을 통한 대행수수료 횡령, 입찰비리,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0개 청소업체 대표와 담당 공무원이 형사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환경미화원들의 증언으로부터 온갖 부정부패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사장의 가족, 친인척 명의로 유령직원을 등록해 임금을 떼먹는 수법부터 회사 관용차 도용, 심지어 주말에 미화원들이 사장 자택청소에 동원된 경우도 있었다. 시는 독립채산제 방식을 대행원가 직접지급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시는 부랴부랴 또 다른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개선안에 따르면 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구역을 조정·확대하고 기존 수의계약방식을 공개입찰계약으로 전환해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부정비리를 일삼는 업체는 자연스레 도태되고 청소서비스도 개선된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얼핏 합리적인 개선책으로 보일 순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점이 남는다.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분야는 특성상 구역별로 한 청소업체가 10년 넘게 운영해온 까닭에 타 업체가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 있다. 실제로 마포구의 경우 2017년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을 공개 입찰했지만 서울시 소재 115개 업체 중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쓰레기대란을 막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기존 업체와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에는 경쟁시장이지만 실제로는 진입장벽이 높은 독점시장이 구축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경쟁 입찰방식이 실제 일하는 미화원들의 고용불안과 임금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입찰은 용역예정금액이 원가보다 낮을수록 입찰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낙찰률에 따라 미화원의 임금 또한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업체가 떨어질 경우 고용승계도 장담할 수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업체비리를 제보했더니 결과적으로 노동조건만 열악해지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벌어진 셈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고양시 청소행정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단순히 수의계약을 공개입찰로 바꾸는 수준을 넘어 청소행정 직영화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서귀포, 광주 광산구, 전남 여수 등 여러 지자체들이 직영화 혹은 준공영제 전환을 통해 고용의 질과 공공서비스 개선, 예산 효율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사례로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이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고양시도 이제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해결방안으로서 직영화 방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방적 행정조치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및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열린 자리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해보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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