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고양신문] 일산호수공원은 고양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호수공원이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자. 숨이 콱 막혀온다. 평소 잘 찾지도 않으면서 공원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상실감이 적잖다. 도시공원의 매력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언제든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우리는 그런 자산을 오랫동안 지녀왔다.

올해 들어 고양시가 호수공원 재정비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해 변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그 논의는 주로 ‘호수공원 내부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무게를 둔다. 보도블록 광장을 줄이자는 의견, 꽃박람회장 건물을 대형 북카페로 활용하자는 안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자전거도로를 외곽으로 옮기자는 주장도 있고, 생태습지를 더 넓히자는 의견도 있다.

지금의 호수공원을 두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좋지만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이 이번 ‘호수공원 리모델링 연구용역(올해 2~10월)’의 목표다. 용역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공원이기에 결과적으로는 큰 변화를 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호수공원 내부의 모습을 어떻게 시민친화적으로 발전시킬까 고민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미 호수공원에 만족하고 있다면 공원 내부를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와 공원과의 연계성을 어떻게 더 강화시킬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 호수공원과 주변부 도시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7년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 교수의 연구용역에서 이미 발표됐다. 유 교수는 기존 도시와의 도로(호수로) 폭을 좁힐 수 없다면, 남측의 새로 조성되는 도로라도 4차선 이하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수공원에 대한 아쉬움은 ‘도시공원이지만 왠지 섬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8차선 대로가 호수공원 둘레를 가로막고 있다. 심리적으로 큰 강을 건너야만 공원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고양시가 약 100억원의 돈을 들여 일산문화공원과 호수공원 사이에 대형 육교를 세우려는 이유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도시공원의 가장 큰 덕목은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점인데 호수공원은 그것이 쉽지 않다. 나무가 우거진 아파트 사잇길을 걸어서 공원에 도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일지 몰라도, 어수선한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오피스텔 사이를 걸어서 공원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도시공원은 도시의 거리와 연결돼야 한다. 공원이 거리를 살리고, 거리가 공원으로 진입하게 하는 통로가 돼야만 살아있는 도시공원이라 부를 수 있다. 호수공원 앞 호수로가 2차선이었다면 맞은편 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야말로 매력적인 거리, 걷고 싶은 거리가 돼 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호수공원 남서쪽도 도시개발이 이뤄진다. 8차선 호수로가 호수공원을 섬으로 만들었던 과오를 다시는 범해선 안 된다. 남서쪽 도시개발에는 이 점이 꼭 반영됐으면 한다. 새롭게 조성될 도시가 호수공원과 어떻게 호흡할지 기대되면서도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용역과 별도로 호수공원을 일산신도시와 어떻게 연결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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