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양신문] 도시재생과 기후변화, 평생학습에 대한 고민과 혜안을 찾아 떠난 고양시 국외시찰단은 핀란드를 시작으로 덴마크와 독일을 이어서 프랑스에서 여정을 마쳤다. 이번 시찰에서 도시재생은 독일의 하펜시티와 프랑스의 마쎄나 지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지구단위는 아니었지만 녹색건축물 조성과 관련한 덴마크의 서클 하우스도 관심을 끌만 했다.
12년 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 리브고슈 마쎄나 지구는 계획부터 실행까지 20년이 넘게 걸렸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홍보관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시행 전후의 변화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도시재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한 국내 실정을 생각하면 함부르크 하펜시티 홍보관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흔히들 도시재생을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꽃을 심으며, 동네 사랑방에 앉아 담소 나누는 사업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재생 역시 공동체를 발굴하고 공동체성을 높이는 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접근방법이 마을공동체사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도시재생은 공동체성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 모델과 생태계를 초기부터 함께 설계한다. 어떻게 하면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지 않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속적이며 연속적인 소비와 재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것인가. 도시재생에는 이러한 고민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다.
사실 도시재생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주거환경의 개선이며, 필요에 따라서 복지와의 연계이다.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케어 솔루션을 곁들일 수 있는가. 이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측면에서 프랑스는 강력한 사회주택 정책추진을 통하여 오히려 일반주택보다 더 뛰어난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주택정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양질의 사회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수의 사회주택 설계를 국가현상공모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젊은 건축가들이 일반주택보다 더 쾌적하고 멋진 사회주택설계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주택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자원재활용측면의 덴마크 서클하우스는 기술과 방법론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전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서클 하우스라는 프로젝트의 탄생이 어떻게 덴마크에서 가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고민의 여정을 들여다본다면 역시 가치와 사회적 책임의식의 문제이다. 코펜하겐 인근 네 개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건설한 쓰레기 소각 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는 조성과정에서 발생한 주민갈등을 단지 영화표 두 장으로 해결했다. 효율만을 추구하며 사업시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공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의 삶의 터전, 그 지속성을 위한 대안 모델 개발에도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특히 도시재생은 효율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효과로서 가늠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대안 모델 개발이 더 절실하다.
파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고 두 눈을 감는다. 고단함 속에 점점 더 깊어지고 선명해 지는 생각이 한 참을 마음속에서 맴돈다. 도시재생은 빛을 잃어가는 도시의 국가시민이 겪는 삶의 고단함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인내와 끈기를 머금고 한걸음 한걸음씩 걷는 소통과 여정의 길이며, 그리고 이제는 전 지구적 혜안이 필요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시찰이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도시재생은 긴 호흡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몇십 년을 이어온 그들의 도시재생 역시 도시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양시에서 나는 도시재생이라는 호흡이 긴 작품의 좋은 연출가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