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콤 사태 '차폐시설 미설치' 합의문 이행두고 갈등

포스콤 실험실 배제 약속 어기고
합의서 ‘차폐시설’ 표기에 매달려
법적인 공략의 명분으로 삼아
주민 ‘차폐시설은 방사선 실험실’


[고양신문] 주민 합의사항 위반에 의한 고양시의 공장등록 허가취소 절차에 대해 포스콤 측이 무효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주요 쟁점사항인 ‘차폐시설 이전’을 포스콤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콤 공장등록 허가취소의 근거가 된 최종 합의서가 나오기 한 달 전인 2016년 6월 14일 작성된 ‘서정초 앞 도시형공장 관련 4자협의체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행신동 1099번지 (주)포스콤 신축건물에 방사선 성능실험실(차폐시설)은 들어오지 않으며 ▲위 (주)포스콤 소유 신축건물에 제조관련 시설을 입주하지 않는 부분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민 대책위 3인과 포스콤 측 2인을 비롯해 정재호 의원실 관계자와 고양시 관계부서 등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성은 서정초 운영위원장은 “당시 학부모들은 백석동 지점에서 방사선 누출사고도 있었던 점을 들어 학교 앞에 방사선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업체 측에서도 임직원 사옥과 제조·조립 시설만 들어온다고 이야기했다”며 “서정초 앞 건물에 차폐시설을 넣지 않겠다고 먼저 이야기 꺼낸 곳은 포스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협의체 회의가 있기 전 2016년 5월 16일 포스콤에서 배포한 ‘포스콤 핵심 R&D센터 신축 관련 포스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도 “방사선 관련 시설은 일체 (서정초 앞)R&D센터로 이전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미 업체 측이 방사선 시설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당시 협의체에서 쟁점이 됐던 것도 주로 건물 층고 문제였다”며 “최종 합의서 작성 때 혹시나 해서 해당 문구를 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합의를) 어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포스콤 측이 시의 행정처분에 반발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차폐시설’ 철거문제이기 때문이다. 포스콤 측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차폐시설은 방사선발생장치 생산허가조건이기 때문에 설비하지 않으면 생산허가를 받을 수 없고 차폐시설을 철거하면 생산허가는 자동 취소된다”며 차폐시설 철거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즉 차폐시설은 방사선 유출을 막는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이를 철거하라는 요구는 부당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법상 위배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사선발생장치 생산시설을 다루는 ‘방사선 안전관리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방사선량이 선량한도 이하가 되도록 필요한 차폐벽이나 차폐물을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제시된 회의록에 따르면 합의문에 명시된 ‘차폐시설’은 사실상 생산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방사선 성능실험실과 동일한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원대 정재호의원실 보좌관은 “합의 당시 업체 측은 제조조립까지만 행신지점에서 다루고 이후 성능실험은 기존 차폐시설이 있는 백석지점으로 옮겨서 진행한다고 약속했다”며 “‘차폐시설 철거’요구는 당시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생산허가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안전과 또한 “(생산라인과 성능실험실을 분리한)전례가 없다”고 하면서도 “해당 시설의 경우 성능실험단계에서만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차폐시설 설치 규정은 원칙적으로 성능실험실에만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고양시는 23일 브리핑을 통해 포스콤에 대한 공장등록 허가취소 행정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천광필 일자리정책국장은 “공장설립 이후 20여일 만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방사선발생장치 생산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비춰볼 때 포스콤 측의 승인·등록 부관 위반행위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산업집적법 제 17조 등에 따른 부관이행 위반내용에 따라 공장등록 취소처분은 합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부모와 포스콤 측이 각각 ‘합의서 위반’과 ‘안전에 문제없다’는 첨예한 대립에 놓여있어 대화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위반사항에 따라 공장허가 등록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포스콤이 청문절차가 열렸던 22일 ‘부관무효 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한 만큼 소송결과를 지켜본 뒤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당시 합의문에 서명했던 민경선 도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필요하다면 중재에 나설 책임이 있는 입장이지만 포스콤 측의 일방적 합의파기로 인해 당혹스러운 상황”며 “업체 측은 지금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의사항 준수를 통해 학부모와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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