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린 교육 펼치는 박창식 일산초등학교 교장

마을교육실·작은 텃밭·정원 쉼터…
학교 공간 이곳저곳 주민에게 개방

지역주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 지향
마을 도시재생 사업에도 적극 협력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하는, 열린 교육철학을 구현하고 있는 박창식 일산초등학교 교장.
 
[고양신문] 외부인을 대하는 학교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능하면 학교 교정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 호소하는 듯하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 하니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일산초등학교는 좀 다르다. 이웃 주민들이 수시로 학교 교정에서 산책을 즐기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운동장 한 쪽의 텃밭을 가꾼다.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의 주민모임 회원들도 “주민들이 모여 뭔가를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일산초등학교”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4년 전 박창식 교장이 부임한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공간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박 교장의 생각도 활짝 열려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랜 학교에서 가장 앞선 교육철학을 펼치고 있는 박창식 교장을 만나보았다.


학교 공간을 지역에 개방하고 있다고 들었다.

접근성이 가장 좋은 교실 2곳을 ‘마을교육실’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이주 여성 한국어수업이 열리기도 하고, 지역발전 협의 모임인 ‘와야누리’ 회원들도 모임과 교육 장소로 애용한다. 지난해 일산2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도전할 때, 도시재생대학과 국토부 현장 심사를 우리 학교에서 진행했다. 선정 소식을 듣고 주민들과 학교가 함께 기뻐했다. 사실 지역주민 대부분이 학부형이고, 우리학교 졸업생도 많다. 이웃과 학교가 한 식구 아닌가.

학교 교정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옛날 학교다 보니 넓은 운동장과 녹지대를 품고 있다. 나무들도 많고, 정원도 잘 가꿔 곳곳이 아주 아름답다. 이걸 학교 혼자 끌어안고 있어서 뭘 하겠나. 주민들에게 쉼을 주는 휴식공간으로 적극 개방하고 있다. 학교가 문을 개방하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꽃밭을 가꿔주시기도 한다.
특히 올해로 4년째 분양중인 ‘꼬마텃밭’의 인기가 높다. 23개 구역을 만들어 3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 탈락한 아이들은 울고불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직접 흙을 만져 본 아이들은 채소 반찬도 아주 잘 먹는다.
그밖에 후문 근처 일산서구 치매안심센터와 협약을 맺어 치매어르신들에게 산책공간을 내어드리기도 하고, 저녁시간과 휴일에는 체육관과 운동장을 배드민턴 클럽과 조기축구 동호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수목으로 가꿔진 산책로. 마을 주민들도 휴식공간으로 즐겨 이용한다.

학교 개방에 따른 관리나 안전상의 우려가 없지 않을 것 같은데.

외부와 차단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를 적극 개방해야 오히려 학교의 안전과 자율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마을과 이웃이 능동적으로 학교에 관심을 갖고, 자주 드나들며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보듬어야 한다. 학부모님들도 과도한 강박을 조금 내려놓아주셨으면 좋겠다.

일산초등학교의 역사를 들려 달라.

1924년 개교한, 고양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다. 일산 지역은 경의선 일산역과 일산장이 있어 오랫동안 고양 땅의 중심지였다. 졸업생 중 수많은 유력 인사들이 배출됐고, 동문들의 자부심이 든든하다. 정문 바로 옆에는 학교 건립에 크게 기여한 두 어르신을 기리는 송덕비도 서 있다. 무척 자랑스럽고, 교육적으로 소중한 역사다.
 

학교 정문 옆 동산에 자리한 2개의 송덕비. 일산초교 건립 초기에 대지와 후원금을 희사한 분들을 기리고 있다.

 오늘날 일산초교의 모습은 어떤가.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학교 주변 일산동은 개발에서 소외됐다. 재학생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15%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고양시 유일의 ‘다문화 특별학급’을 운영하며 몽골어·중국어·베트남어 강사가 언어권별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유네스코 협력사업도 진행해 베트남 교사 4명이 연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 사업지구로 지정돼 새로운 희망을 그려가고 있다. 일산초교도 중요한 역할을 하려 한다.

교직 생활은 몇 년째인가.

올해로 38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5년 교장으로 처음 발령받은 학교가 이곳 일산초교다. 2021년 퇴임하는데, 임지를 옮기지 않고 여기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일산초교의 아이들, 특히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구김살 없이 성장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주차장 뒤편에 조성된 튜울립 화단.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꾸민 공간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통해 얻은 교육 철학을 들려 달라.

교사의 가르침은 아이들에게 ‘배움’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이끄는 수단일 뿐이다. 교사는 열심히 가르쳤는데, 아이들의 내면에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자라지 않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런 저런 정책과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스스로 배움을 좋아하게 되면 교육은 저절로 해결된다.

도시재생 사업에 제안하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관상용 식물을 실내 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에 활용하는 그린월, 그린파티션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이것을 지역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과 연결해보면 어떨까. 미세먼지 문제로 실내활동의 비중이 느는 추세와도 부합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 교육과 실습의 장소는 우리 학교를 활용하면 해결된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서 함양과 실내공기 정화 효과를 얻고 어르신들은 보람 있는 일자리를 찾는, 서로가 행복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책도 보고 강좌도 쫓아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너무 앞서 간 제안이라 여기지 마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웃음).
 

학교 곳곳에 다양한 화초와 나무들이 자라는 교정.

 

이름표가 꽂힌 텃밭. 재학생 중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 우선 분양했다.

 

넓은 운동장과 울창한 나무, 아기자기한 텃밭을 가지고 있는 고양 일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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