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고아와 장애인들의 엄마요, 언니였던 말리 홀트 이사장(향년 83세)이 17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1956년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한국 땅을 밟은 스물한 살 말리 홀트는 63년을 한국사람이자 고양의 이웃으로 살았다.

어머니 버다 홀트에게 한국의 전쟁 고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19살 소녀는 간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왔고 평생을 고아와 장애인을 위해 헌신했다. 홀트가족의 전 재산이 기부된 홀트아동복지회는 국내 최대의 복지기관으로 성장했지만 말리 홀트는 3평 남짓한 방에 낡은 옷장 하나만 두고 평생을 보냈다. 말리의 방은 홀트복지타운에서도 가장 심한 장애를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의 집 한 켠에 있었고, 말리는 그 집의 따뜻한 엄마였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평생을 장애인과 고아들을 위해 산 자신의 삶에 대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 파란 눈의 아름다운 한국인 말리 홀트는 19살 소녀의 얼굴로 활짝 웃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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