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집값은 떨어져야 합니다.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평생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을 집을 사고팔아 챙깁니다. 집이란 거대한 상품을 통해 이득을 본 사람들은 끊임없이 집을 사들이고, 집값은 수요 공급과 관계없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 중 하나는 집 문제일 겁니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겠지요. 어디를 둘러보아도 상위 소수가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어 다수가 몰려있는 중하위 계층은 희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출산율 추세를 감안하면 2050년경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거라고 합니다. 인구감소 절벽에 부딪히면 모든 분야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집과 교육, 일자리 문제는 이제 계층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공존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창릉신도시 발표 이후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다수의 언론은 일산 집값이 벌써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고, 조선일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향해 일산주민의 이름을 빌려 “다음 선거에서 보자”는 제목을 날립니다. 조선일보는 성장위주의 경제성장과 공급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하며 이에 반하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칼날을 세웠습니다. 이 칼날에 다시 공급정책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공급정책은 환영하면서도 정치적 반격의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논조입니다. ‘대통령도 만드는 신문’이라 다른가봅니다.

일산주민이 집값 하락에 반대하는 소수 기득권층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산주민은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났습니다. 가까이 신도시가 생기면 일산 집값이 직격탄을 맞을 텐데, 서울 집값은 끄떡없고, 출퇴근 교통난은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창릉신도시 반대운동은 고양의 주거환경권을 쟁취하는 운동으로 나가야 합니다.

고양시는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지하철 6호선 고양시청역 유치와 자족시설 40만 평 확보, 공원녹지 60만 평 확보 등 지역에 유리한 몇몇 조건을 따내며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양시 전체의 교통문제와 자족기능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 속에 놓여있는 창릉신도시 문제를 고양신문이 어떤 시선으로 보도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다만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는 장기적인 시선을 갖고 당장의 현안을 헤쳐나아갸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택 400만호 정책으로 추진된 일산신도시를 시작으로 화정·행신 중산·삼송에 이어 창릉신도시 등 막바지 주택공급정책에 다시 고양 땅을 내주어야 할 상황입니다. 부작용도 많았지만 덕분에 100만 도시라는 대도시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방도시에서는 꿈도 못꾸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정책을 믿고 고양으로 들어온 주민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이 많습니다.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보니 서울로 출퇴근 하는 인구가 많고 서울로 가는 도로와 대중교통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이제 고양의 창릉신도시 계획과 더불어 일산테크노밸리 등 산업단지 조성이 정치권의 ‘패스트 트랙’처럼 추진되어야 하고 창릉신도시 내 자족시설은 국가기반 산업단지로 경쟁력 있게 조성돼야 합니다. 서울로 진입하는 강변북로를 지하화 하는 방안, 지하철 확충 등이 우선순위 국가사업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고양의 인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3위지만 기업이 내는 법인세 순위는 50위 권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인구만 많고 가난한 도시로 추락할 것입니다.

분권과 자치가 강화되면 고양은 그야말로 작은 정부가 됩니다. 고양이 여러모로 잘 갖춘 도시로 성장하는 것은 고양시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청년이 아이를 낳고 싶은 도시를 향한 꿈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창릉신도시에서 고양시민이 따내냐 할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공의롭게 논의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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