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의 독일편지>

정범구 주독한국대사

<고양의 이웃이었던 정범구 독일대사가 SNS를 활용해 흥미로운 일상을 들려주고 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고양신문] 독일은 지금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유럽의회 선거로 어수선하다. 선거를 앞두고 나온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기독민주·기독사회(CDU·CSU)연합이 30%, 녹색당이 19%로, 녹색당이 오랜 전통의 사회민주당(SPD) 지지율(17%)을 앞서 제2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근래 있었던 바이에른이나 헤쎈 주의회 선거에서도 녹색당이 사민당을 앞지르고 있다.

녹색당이 독일정치에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이다. 당시 바덴-뷔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 의회선거에서 5% 이상 득표함으로써 최초의 의회진출이 이루어졌다.

이어서 1982년 연방의회에 진출했고, 1997년에는 슈뢰더의 사회민주당과 연정에 참여함으로써 여당이 되었다. 녹색당 창설멤버였던 피셔(J. Fischer)가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았다.

오늘날 녹색당은 베를린과 브레멘, 헤쎈, 니더작센 등 여러 연방주에서 연정에 참여해 여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고, 바덴-뷔템베르크 주에서는 제1당으로 주 총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8년째 주 총리를 맡고 있는 크레취만 바덴-뷔템베르크 총리를 지난 월요일 관저로 찾아뵈었다<사진>. 1980년 최초의 주 의회 입성 멤버이기도 한 그는 교사 출신으로 올해 71세이다. 맘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인상으로 머리가 하얀 것이 언뜻 KFC 모델을 닮았다.

바덴-뷔템베르크 주도는 슈트트가르트이다. 이곳은 다이믈러 벤츠, 보쉬(Bosch) 등 대기업의 본산이다. 작년 한 해에만 7만대 이상의 벤츠 자동차와 4500대의 포르쉐(Porsche)가 이 지역에서 생산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전체 수입자동차의 30% 가까운 양이다. 이곳은 특히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가족기업 형태로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 총리 집무실에서 크레취만 총리와 함께.

어떻게 녹색당 같은 환경정당이 이렇게 산업이 밀집된 지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묻자,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신 산업전략을 녹색당이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슈투트가르트로부터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소도시 지역의 공장과 대학을 방문했는데 이에 관한 소감은 다른 기회에 정리 해봐야겠다.

정치가 미래사회에 대한 대안과 의제를 꾸준히 제시하는 모델로, 독일의 녹색당(Die Grünen)과 녹색 정치 현장을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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