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북하면 단전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478호. 나무 나이 400살 추정. 느티나무 중 가장 크고 나무 외모가 멋드러진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아침과 저녁은 쌀쌀하고 낮은 무덥습니다. 일교차가 커서 아차하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때입니다. 한낮에는 햇빛이 따갑게 느껴지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폭염이 올 것 같습니다. 사람이 날씨를 어찌할 수 없지만 제발 지난해와 같은 폭염이 없었으면 합니다. 서민들이 냉방기 전기비 폭탄을 걱정하는 사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무더우면 카페나 시원한 사무실로 가 더위를 피하지만 옛 사람들은 나무 그늘을 찾았습니다. 웃통을 벗거나 속옷차림으로 부채를 살살살랑 부치며 더위를 피했겠지요. 넉넉하고 넓게 가지를 펼친 나무 아래 평상 위에서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새참도 나눴겠지요. 느티나무 그늘이 반가운 때가 왔습니다.

느티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마을 정자나무, 당산나무로 대접받았습니다. 마을 가까이, 또는 논밭 한가운데서 크게 자라는 느티나무는 소나무, 은행나무 다음으로 많은 천연기념물이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 도계리 느티나무와 제주도 서귀포시 성읍리 느티나무는 나이가 1000년이라고 합니다.

나이 먹을수록 크고 굵게 자라고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 넓은 그늘을 만드는 느티나무. 학교마다 마을마다 느티나무 거목은 많습니다. 느티나무는 멀리서 바라봐도 큰 키와 가지를 벋는 너른 품, 반달형 나무 모양이 우리 눈을 사로잡습니다. 느티나무는 어릴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나이를 먹고 굵고 넓게 가지를 뻗는 모습이 웅장하게도 느껴지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늦(게) 티(를)’ 낸다고 해서 늦티나무였다가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왔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동혁은 『한국의 나무 바로 알기』에서 “누런 단풍이 든다 하여 ‘눋(黃)+홰나무(槐)’라고 하던 것이 변한 이름”으로 풀이합니다.

느릅나무과 잎떨어지는 큰키나무. 키는 30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껍질에 숨구멍이 촘촘하게 나타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껍질이 조각으로 떨어집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타원형이며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습니다. 잎자루는 짧고 잎 끝은 뾰족합니다.
 

느티나무 열매 <사진=김윤용>


느티나무 꽃과 열매를 본 적이 있는지요. 큰키나무이기 때문에 몸집을 키운 느티나무에서는 꽃과 열매를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나무 산책을 할 때 육교 위에서 느티나무 꽃과 나무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느티나무 열매가 매우 작아 모두들 깜짝 놀라더군요. 3mm 작은 열매가 어떻게 저렇게 큰 나무로 자랄까, 하고요. 꽃은 4, 5월에 황록색으로 피고 열매는 3~4mm 정도 크기로 10월쯤 익습니다. 지금은 느티나무 열매가 녹색입니다. 나뭇잎과 색깔이 같아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느티나무 잎에 열매 모양 벌레집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줄면충벌레집이라고 합니다. 느티나무 열매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잎 중간에서 열매를 맺는 나무도 있네, 하며 궁금해 합니다.

호수공원에도 느티나무를 가로수나 경관수로 곳곳에 심어 놓았습니다. 느티나무 아래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서 햇빛을 피하기에도 좋습니다.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사람과 나무의 나이에 비하면, 아직 어린나이입니다. 하지만 30살을 먹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을 것입니다. 3밀리미터 작은 열매가 싹을 틔우고 조금씩 성장해 30미터 우뚝한 느티나무로 자라난 것처럼 고양신문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을 것입니다. 폭염과 지독한 추위, 가뭄과 홍수 등 나무가 헤쳐 나왔던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지역신문, 종이신문이라는 한계를 넘어 정론지로 자라난 30년 고양신문이 대견합니다. 30주년을 축하합니다.
 

느티나무 꽃 <사진=김윤용>

 

느티나무 외줄면충벌레집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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