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백화점에서 지갑을 분실한 한 중년 남자가 절도사건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백화점 매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보해 조사에 착수했고, 이내 피해자가 지갑을 떨어뜨리는 장면과 잠시 후 한 젊은 남성이 지갑을 줍는 장면을 찾아냈다. 

경찰은 CCTV 영상 속 절도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백화점 물품 구매내역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그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경찰의 방문에 당황한 용의자는 지갑을 주워 백화점 보안요원에게 인계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다시 확인한 CCTV 영상에는 그 말대로 남성이 보안요원 A에게 지갑을 건네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절도 용의자로 몰렸던 젊은 남성은 B백화점을 상대로 손해배상 합의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이 저녁시간에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바람에 어린 딸과 아내가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일 B백화점이 즉시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실을 방송에 제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미지 실추를 염려한 B백화점은 600만원의 합의금을 서둘러 지급하고, 손해의 원인을 제공한 A에게 그 절반인 300만원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A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무단결근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자 B백화점은 A를 퇴사 처리하고 퇴직금 500만원 중 A가 부담해야 할 300만원을 상계한 나머지 200만원을 A의 급여통장으로 이체했다. 

그동안 연락이 없던 A는 B백화점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상계금지 및 후불임금의 성격을 갖는 퇴직금 역시 임금 전액불 원칙에 따라야하므로 A에게 상계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B백화점은 일단 근로자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절차를 이용해 피해액을 보전 받아야 하겠지만 A가 무자력인 경우 사실상 이런 절차로 손해를 배상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피해자가 A를 형사상 절도죄로 고소한다 하더라도 백화점의 손실을 만회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임금에 대해 전차금(前借金)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前貸)채권과 상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탱하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임금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전액불 원칙이 무조건적인 상계의 전면 금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상계금지의 원칙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해도 될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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