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평석

한평석 정치학박사, 고양시자치분권협의회 의장

[고양신문] 내달 1일은 민선7기 고양시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민선7기 고양시의 슬로건은 ‘평화의 시작 미래의 중심, 고양’이다. 또한 고양시는 민선7기의 시작과 함께 그 첫 번째 시정 목표로서 ‘미래를 꿈꾸는 평화경제특별시’를 제시하고 ‘평화와 경제를 선도하는 100만 대도시’로의 발전적 비전으로서 한반도-동북아 허브도시, 남북경제 중심도시, 대한민국 평화도시 등을 제시하는 등 ‘평화가 경제’라는 모토를 도시의 발전 추동력의 근간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양시는 2004년 제정된 ‘고양시 남북교류 협력 조례’를 근거로 하여 ‘고양시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2018년 말 기준 약 51억 원 조성)・운용하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정전 60년, 고양 600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고양선언’을 발표하였고,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평화통일특별시 원년의 해’로 선포하는 등 ‘평화’를 도시의 핵심가치이자 브랜드로 설정하고 꾸준히 남북교류협력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해 온 바 있다.

그러나 한편 ‘남북교류협력 조례’ 제정 15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설치 10년이 경과한 기간에 비하면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실질적 성과는 의미 있게 드러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물론 평화통일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초지자체로서의 고양시가 처해 있는 엄연한 현실적 제약이 가장 큰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북정책을 포함한 통일외교안보정책은 중앙정부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노태우 정부의 7·7선언에 의해 시작되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활성화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남북한간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에 크게 기여했으며, 특히 정부간의 교류협력 사업이 정치적 사안 등에 의해 파기되거나 교착상태에 봉착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며 협상의 끈을 연결하는 반 정부, 반 민간 협상, 즉 1.5트랙의 역할이 뚜렷하게 증가하였으며 그만큼 중요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비정부간 사업 중 특히 중요한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으로서 이와 같은 지자체의 사업 추진은 중앙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라는 큰 틀과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 등의 협력과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들 행위자간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운영하느냐이다. 즉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 상호 간, 지자체와 민간단체와의 협력체계 구축과 이의 운용이 행위자 간의 상호 갈등 조정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의 첩경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은 먼저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와 사업에 대해 협의하고, 이 민간단체를 통해 통일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후 진행하게 되어 있다. 이는 지자체 독자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규제에 따른 것이다. 중앙정부는 대북 정보가 부족한 지자체가 사업 주체가 되어 독자적으로 북한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지자체가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와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대부분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협력시스템을 통해 추진되어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지자체가 지원사업의 발굴, 협상, 실행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고, 민간단체는 대북협상, 방북 및 지원물자 반출 등과 관련해서 실무적 지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민간단체가 해당사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 지자체로부터 지원사업의 실행전반을 위탁받아 수행하기도 한다.

여기서 고양시 또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성과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또는 전문성을 가진 지역 내 민간단체에게 위탁하는 방안 등의 민관 협력체계를 확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알다시피 고양시는 우리나라 수도권 서북부에 위치한 대북한 접경배후도시로서 105만 인구를 가진 거대도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접경지역 중심도시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지역의 평화안정, 경제 활성화 등이 밀접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양시는 여타 어느 도시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과 통일시대에 대한 준비가 절실히 요구되는 도시이다. 통일시대가 도래한다면 고양시는 통일 한국의 핵심지역으로서 그 성장 잠재력과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될 수 있으며, 동북아 및 세계와 교통할 수 있는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이것이 고양시가 평화통일 관련 사업 추진에 있어 기초지자체가 가진 분명한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선도적으로 노력해 온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민선7기 고양시가 “평화가 경제다!”라는 슬로건에 부합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 사업 등 ‘평화경제특별시’ 사업들을 성과 있게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된 과제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고양시에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중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 민간단체와의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아무쪼록 고양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평화통일 관련 사업들이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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