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신지현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부대표

[고양신문] 요새 지역에서 3기 신도시 이슈가 뜨겁습니다. 처음에는 3기 신도시 이슈는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반대 입장에 설 수도 없고 1,2기 신도시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내가 과연 그곳에는 들어갈 수 있을까, 3기 신도시 공공임대가 보급된다고 해서 입주에 필요한 조건들을 내가 과연 제때 충족할 수 있을까 등의 무력감 때문입니다. 3기 신도시가 아니라 당장 이번 달 월세가 걱정인 존재로서, 찬반의 입장에 설 수조차 없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훨씬 많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에 대해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 이웃들 그리고 다음 세대들을 생각하면서 이 이슈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이번 3기 신도시에는 주택 3만8000호 공급계획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공공 주택 위주로 공급되고 이중 35%(35% 이상이 될 수도 있음)가 공공임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고 고용불안 저임금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을 포함한 다수의 무주택자들 중 전부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공 임대 및 주거 가격 하락이 주거권을 조금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겠거니 싶어 이 부분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동네를 이동하거나, 공원을 거닐다 보면 3기 신도시를 즉각 철회하라, 반대한다 등의 현수막과 스티커가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일 수 있겠지만 무주택 세입자들은 평생 못해볼 고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우려에 대해 쉽게 비판하거나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회구조 속에서 집값이 전부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분들입니다. 그들에게 집값의 하락은 자신이 가진 것을 전부 빼앗아가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공동체가 더 이상 해체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의 사회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첫 시작은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일 것입니다. 

며칠 전 아침, 읽게 된 한 기사에 따르면 실거래가를 파악해본 결과(나중 가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 1,2기 도시의 집값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오른 곳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신도시 주택 공급이 과연 대한민국의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을 잡는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대로라면 주택 공급정책은 집값 억제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환부는 건드리지도 않고 애꿎은 부위에 약을 바르는 것과 동일합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종부세, 보유세 같은 정책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정책이란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병행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환경문제, 교통문제, 자족기능 등 1,2기 신도시가 오래도록 안고 온 고충들에 대해서는 3기 신도시와 관계없이 반드시 점진적으로 보완이 되어야겠지요. 

이왕 3기 신도시가 생긴다면 공공 분양, 공공임대의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존 신도시와 달리 공공 주택 특별법에 따라 조성되는 3기 신도시에 이마저도 그렇지 못하다면 3기 신도시는 남 얘기 같다는 나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존 공공임대 35% 계획에서 50% 이상, 아니 100% 무주택자들을 위한 신도시를 꿈꿔봅니다. 다만 이에 따른 게토화, 슬럼화에 대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습니다. 

종종 행복주택, 청년 주택은 달래기식이라는 입장을 접하기도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은 내 이웃을 달래주는 용도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삶의 기본권을 최소로 보장하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쉬움이 큽니다. 무주택자 세입자들의 경우 다달이 주거비용 지출이 크므로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도 이들에겐 장벽입니다. 규모는 어떠한 가요. 천편일률적인 원룸 정도의 규모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은 대폭 낮춰야 합니다. 규모는 이웃을 초대해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넉넉해야 합니다. 입주에 조건이라는 것은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나의 집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습니다. 도시의 값어치를 물을 때 어떤 도시가 프리미엄인가 생각해봅니다. 도시 속 나의 집값이 도시의 프리미엄을 좌우하는 기준이 아닐 것입니다. 시민 모두의 주거권과 정주권이 보장되는 도시가 진정한 프리미엄 도시가 아닐까요.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이곳저곳 다니고, 공동체 속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며, 무주택자들이 단 1명도 없고, 아이들이 공존을 배울 수 있는 고양시. 우리는 이러한 고양시를 꿈꿉니다. 

학창시절 때 부모님이 50평대 아파트를 가지고 계셨고 단지 내에서 발생되는 사건에 따라 집값에 민감해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그렇게 저는 집값에 대해 알게 모르게 배우고 사회로 나왔겠지요. 인생이 모르는 것이 그 50평대 아파트는 이제 더 이상 우리 부모님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는 얼굴도 모르는 집주인에게 다달이 50만 원, 10년 동안 약 6000만 원을 고양시에서 주거비용으로 지불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집값 걱정하는 모습이 아닌 이웃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면 오늘날 내 삶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타인의 주거문제는 언제든 나의 일이고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봅니다. 이번 3기 신도시를 통해 개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중요한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상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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