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운수업체 B와 운전자 A는 1일 2교대 근무(하루를 오전조, 오후조 2개 조로 나누어 교대로 근무하는 방식)로 매월 격주 일요일 두 번 쉬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월급을 270만원으로 정하고, 감차(하루 운행하는 버스의 수를 줄이는 것)로 인한 휴무일이 발생하게 되면 일할 계산한 금액 9만원을 감차 횟수에 따라 공제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어느날 B는 노무사로부터 평일과 일요일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9만원씩 공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정한 취지와 맞지 않아 시급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월급 270만원을 연장, 야간, 휴일 근무에 0.5배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산정하여 정확한 시급을 산출했다. 그 결과 평일 감차보다 휴일 감차의 경우 더 많은 금액이 월급에서 감액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됐다. 

그런데 A는 퇴사하면서 회사가 급여체계를 자신의 동의없이 변경해서 손해를 보았다며 B를 임금체불 혐의로 고소했다. 평일보다 이용객이 적은 휴일에 노선 감회, 감차가 잦았던 결과 휴일에 배차를 받지 못해 공제되는 일급이 변경 전보다 커지는 바람에 월급에서 손해를 보았다는 주장이다.

B는 휴일 근무에 대해 0.5배 가산 지급하는 것이 우리 법이고 반대로 휴일 근무에서 제외되는 경우 그 만큼 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자신은 노무사의 말과 근로기준법에 충실히 따랐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항변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급여체계 변경 후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인 A가 휴일에 배차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종전처럼 일률적으로 9만원만 공제하는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 그 차액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만일 B가 노동부의 지급명령에 불복한다면 임금체불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소위 ‘임금체불’ 하면 노동자의 소중한 임금을 떼어먹는 ‘악덕 사업주’ 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노동법은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며 근로자의 생존에 기본이 되는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가 사업주에 대해 형벌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형벌권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사업주가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인지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주의 행위에 비난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소중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선량한 사업주를 임금체불이라는 이름의 덫에서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임금체불 혐의로 한번 상처받은 사업주는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잔뜩 움츠려든 사업주는 이후 방어적인 태세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소극적·방어적 방법으로는 결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 내기 힘든 현실이다. 근로자의 생존에 필요한 최저임금은 국가가 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윤택한 생활에 충분한 임금은 사업주의 건전한 기업가정신과 노사 한마음이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근로계약서의 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 사례의 경우에도 만일 감차로 인한 급여의 공제방식에 대해 근로자들에게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그 변경 내용까지 근로계약서에 자세히 명시했다면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분쟁을 예방하고 노사가 서로 충분히 신뢰하는 사업장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근로계약서의 작성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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