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출신 김련희 강사 ‘북한 바로알기’ 강연

고양평화청년회 등 청소년 대상
꿈의 학교 프로그램 진행
서로 모르고 하나 되면 불편
통일, 경제이득만으로 보지말자

최근 DMZ 남북미 정상과의 만남으로 다시 한 번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통일에 앞서 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취지의 강연이 마련됐다. 6일 행신동 커뮤니티 공간인 ‘민카페’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북한 바로알기’ 강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고양평화청년회 등이 진행하는 꿈의 학교 프로그램인 ‘DMZ, 생태와 역사를 찾아가는 평화통일’의 4번째 순서로 진행됐으며 『나는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입니다』를 쓴 김련희씨가 강사로 참여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씨는 “통일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남북 모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사람들도 먼저 북한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강연과 청소년과의 질문답변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남한사회에 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단어가 북맹이다.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은 많지만 정작 북한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70년 분단세월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갈수록 부족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저도 평양에 살다가 남한에 오고 나서 혼란스러운 경험이 많았다. 처음 커피숍에 가보니 ‘와이파이 공짜’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때는 ‘와이파이’가 초코파이 같은 과자 종류인 것으로 이해하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는데 ‘와이파이’를 주지 않더라. 내가 북한 출신이라 차별하는 건가 싶어 주인에게 따졌던 기억이 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통행료를 내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나라 내 땅을 지나면서 돈을 내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여기 청소년분들도 나중에 북을 가보게 되겠지만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다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남북사회의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통일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불편한 일이고 자칫 후세들에게 재앙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문익환 목사님의 말처럼 우리가 맞이해야 할 통일은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남한사람들에게 통일이 왜 필요한 것 같냐고 자주 물어봤다. 대부분 북한의 싼 지하자원과 노동력 때문이라고 답한다. 반면 북한사람들은 통일을 왜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가족이 함께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식으로 되묻는다. 여러분들도 통일을 경제적 이득만이 아닌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는 과정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오늘 강연도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아래는 이날 참석한 청소년들과의 질의응답>

북한 청소년들은 어떤 화장품을 쓰나.
북한은 학생 때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살결물(스킨)이나 크림(로션) 정도만 바른다.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화장하는 학생이 없기 때문에 다들 거기에 대한 생각을 안 한다. 
 
북한 의원들은 월급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북한에는 국회의원 역할을 당 대의원이 맡고 있다. 대의원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다. 각자 직업군에서 뽑힌 이들이 국가 중요회의가 있을 때마다 참여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표해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대의원은 사회봉사직에 가깝다. 북에서는 4~5년에 한 번씩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 올해 12차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는데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이 내용이 생중계된다. 여기에 보면 회의과정에 참가했던 최고 대의원들의 직업란이 나오는데 노동자 몇%, 농민 몇%, 학생 몇% 이런 식으로 나온다. 

북한에서도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인기 아동 애니메이션인 뽀로로가 북한에서 제작됐을 정도로 북의 문화수준도 발전해있다. 국제영화제 상을 남한보다 먼저 받은 곳도 북한이다. 그리고 저도 평양에 있을 때 ‘꽃보다 남자’, ‘프라하의 연인들’, ‘커피프린스’같은 남한 드라마를 즐겨봤다. 북한에서 남한 영화 5개 이상 안 본 사람은 바보취급 받을 정도로 자주 접한다. 다만 TV채널에서 상영해주진 않고 누가 USB에 넣어오면 돌려보는 식이다. 그밖에 미국이나 일본의 영화, 드라마도 많이 본다. 북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가 ‘우둔한 고양이와 꾀 많은 생쥐(톰과 제리)’다. 

북한 여성들의 국방의무는 언제부터 시행됐나.
북한은 남녀 모두 모병제다. 군대를 반드시 가야하는 것은 아니고 대학시험에서 한번 떨어지면 군대를 가거나 직장생활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재수를 하고 싶으면 3년 동안 병역생활을 한 뒤 다시 대학시험을 칠 기회를 얻는데 그때 군 가산점도 받는다. 군대 복무기간은 남자는 7년, 여자는 3년이다.

북한에도 종교가 있나.
있다. 어렸을 때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을 보고 건물이 크고 특이해서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김일성 가문이 철저한 기독교 신자였다. 김일성 주석 또한 생전에 하느님을 믿되 조선인의 정신을 갖고 믿으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북에서도 종교인들을 키우고 교육한다. 

소개하고 싶은 북한 음식이 있다면.
냉면만큼이나 소개해주고 싶은 음식이 북한순대다. 그리고 대동강 맥주도 꼭 한번 맛봤으면 한다. 북에서는 퇴근길에 의자가 없는 바 같은 가게에서 대동강 맥주를 한잔 마시고 집에 가는 게 문화다. 대동강 맥주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일 센 건 15도까지 있다. 덧붙이자면 북에서는 25도 이하는 술로 쳐주지 않아서 맥주도 술이 아닌 청량음료라고 불린다. 

북한도 교육열이 높나.
북에는 공교육만 있기 때문에 학원이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졸업 때까지 담임이 바뀌지 않는데 왜냐하면 학생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찾아주기 위함이다.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음악교실도 보내봤다가 글짓기 교실도 보내보면서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후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진로를 위한 기초교육을 배운다. 이처럼 국가가 교육을 다 책임지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 
초등학교 때 북한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일제와 미제는 철천지 원수이고 남한은 형제이자 동포라는 내용이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다들 남한에 대해 친근하게 생각한다. 정말 가슴 아픈 점은 싸우건 친해지건 상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있는 그대로 북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현재 남한에서 생각하는 북의 모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편견을 잠시만 내려놓고 백지상태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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