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김민애 칼럼 <어느 책모임 중독자의 고백>
  • 김민애 기획편집자·독서동아리 활동가
  • 승인 2019.07.18 09:29
  • 호수 1429
  • 댓글 0
테드 창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긴 '컨택트'의 한 장면.


[고양신문] 40대는 청년인가 아닌가. 어쩌다 보니 40대에 들어서 놓고서도 뻔뻔하게 청년 독서모임 이끄미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나의 딜레마다. 그럼에도 이 모임을 끌고 나가는 이유는 독서모임 중 가장 다양한 연령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뜻이기도 하다. 비교적 남녀의 시각차를 골고루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모임에는 물리학을 전공한데다 SF소설 마니아가 있어서 최근 2년 동안 본의 아니게 과학책을 참으로 열심히 읽었더랬다. 작년에 이어 ‘테드 창’의 SF소설을 두 권씩이나 읽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테드 창’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자 ‘전 세계 과학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소설가이다. 첫 번째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표제작이 영화 '컨택트'로 만들어져 2017년 국내 개봉됐는데, 기억하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테드 창’의 작품은 과학적 사실의 논쟁보다 철학적 고찰을 하게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작품집 『숨』에서는 작가의 통일된 의도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심지어 「우리가 해야 할 일」에서는 주제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까지 한다. 그것이 작품처럼 보이도록 중간에 배치해 놓은 작가의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테드 창 소설집 『숨』.

그렇다면 과학도인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가. 단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시간여행을 떠난 이들이 미래에서 자신을 만난 후 현재의 자신을 바꿀 수 있을까 없을까? 작가는 ‘아라비안나이트’ 식 이야기를 통해서 절대 그럴 수 없음을 피력한다. 이것은 과학의 힘일 테고,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신의 힘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문장에 모임 회원들의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일어난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인가. 인간은 과학 발전에 그저 무기력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에서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 남자는 어린 딸에게 상처받은 말은 들은 적이 있고, 딸은 그 말은 던져 놓고 가출을 했더랬다. 이 기억은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혀 왔는데, ‘리멤’이라는 기계 덕분에 이 기억을 되살려 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아뿔싸. 왜곡된 기억이었다. 상처받은 말을 한 건 자신이었기에, 그 충격으로 딸이 집을 나간 것이다. 십여 년간 ‘감정적 진실’로 괴로워하던 그는 ‘사실적 진실’을 맞닥뜨리고 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러 간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꺼냈기에 다시 상처받는 딸.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언제나 인간에게서 최상의 것만을 이끌어내지 않는다”는 명제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가. “디지털적 기억의 진짜 혜택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 과거의 어느 기억이 완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주인공 남자처럼 자기 위주로, 위선적으로 행동한 적이 더러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그런 일들을 망각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기억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의 말과 생각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리멤’이라는 디지털적 기억을 이용할 것인가 이용하지 않을 것인가? 이것은 우리 생활에 유용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김민애 기획편집자/독서동아리 활동가

‘테드 창’의 낯선 테크놀로지는 우리들에게 단순히 새로운 미래 세계를 제시하고 있지만은 않다. 그는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단순하고도 근원적인 질문. 그래서 우리는 이 주라는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두 시간 동안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각자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는데, 일단 나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그저 현재를 살 뿐이다.”

 

 

김민애 기획편집자·독서동아리 활동가  webmaster@mygoyang.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애 기획편집자·독서동아리 활동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