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양 노무법인 하나 대표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2.87% 인상)으로 결정됐다. 소위 ‘속도 조절론’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노사의 입장은 상반된다. 양대 노총은 다시금 투쟁을 예고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주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중소, 영세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근로자 측의 이해를 반영한다는 양대 노총을 주도하는 세력은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총은 대기업 사업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이다. 즉 진짜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단지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의미이다. 이번 결정에 대하여 노사가 발표한 입장에 대하여 왠지 공허한, 그저 제스추어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한편 모 언론사가 실시한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적절한지’ 여론조사 결과, 62%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57.8%)은 ‘최저임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인상 폭은 평균 7.2%로 약 9,000 정도였던 것 같다. 또 응답자들의 31%는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1.2%는 ‘삭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기업체나 자영업자들보다는 근로자 수가 많다는 현실을 반영한 여론 조사 결과인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는 것이다. 채용이 늘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높아진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반면에 현실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20~30대 청년들의 학력은 대부분 초대졸 이상이다. 통계에 의하면 80%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 신장을 이룬 8~90년대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아낌없는 교육과 투자를 받고 자란 세대이다. 즉 그렇게 많이 올랐다고 하는 8,590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기엔 너무나 비싼, 투자가 많이 된 노동력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세대의 청년들은 차라리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느니 실업자가 되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또 취업하더라도 약간의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미련 없이 그만두기로 결심(?)하기도 한다. 부모의 능력이 되기만 한다면 더 편안한 실업자 생활을 즐길(?)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차라리 부담 없는 알바를 하다가 괜찮은 놀 거리나 여행지가 떠오르면 언제든 모은 돈을 들고 떠난다. 

기업은 더 싸고, 더 젊고, 유능한 노동력을 원하는데 젊고, 싸고, 유능한 노동력은 노동시장에 진출하기를 포기하거나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니 오래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다. 젊은이들의 정신 상태가 글렀다고 비난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부모 세대들만큼의 절실함이나 인내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데, 왜 참고 일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의 논쟁이 단지 최저임금 몇 퍼센트가 되어야 적정한가에만 머물러 있다면 답은 없다. 어떻게 해야 저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우리나라의 인재 자원으로, 경쟁력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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