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도시 고양’ 어떻게 실현할까

23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시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 동주민자치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동자치 활성화 및 시정참여 확대를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시, 주민자치조례개정안 발의
‘자치강화 핵심 빠졌다’ 비판
이춘열 위원 “주민자치회 전환
로드맵, 행정지원 마련해야”

올해 임기 끝나는 시정참여위
민관협치위로 전환 두고 논란
“시정참여 확대 역행” 지적
위원회 조직개편 등 대안제시

시정참여와 주민자치라는 두 가지 축으로 추진돼온 ‘자치도시 고양’ 계획이 민선 7기 들어 기로에 섰다. 고양시 시정참여 대표기구인 시정참여운영위원회는 올해 말 민관협치위원회 전환을 앞두고 논란을 겪고 있으며 동자치 강화를 위해 공약으로 내건 주민자치회 전환계획은 미흡한 준비과정과 내용부실 문제 등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자치공동체지원센터의 올바른 역할정립, 행정지원체계 개편·확대 등 자치도시 실현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주민자치회 전환 “행정편의적” 반발
우선 당면한 과제는 동자치 강화에 대한 부분이다. 시는 지난달 14일 주민자치회 확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재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민자치회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대표성을 높이는 한편 자치권한 확대 등 실질적 시정참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재준 시장 또한 작년 선거 당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치도시’를 표방하며 주요내용으로 ‘주민자치회 확대 및 자치권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하지만 당초 취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내용만을 담아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실질적인 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대표성 확대방안, 자치권한 강화, 행정지원 등 핵심내용들이 모두 빠졌다는 지적이다(본지 1424호 ‘주민 의견 외면한 주민자치회 개정조례 상정’ 참고). 

지용원 덕양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주민자치회 전환은 주민자치를 한 단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고 단순한 참여를 넘어 자치권한까지 부여될 때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알맹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마을활동가는 “단순히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현 주민자치위원회의 인적구성 확대, 자치권한 확대, 행정지원 강화 등 총체적인 개편이 필요한데 과연 시가 이에 대한 구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로드맵 마련, 주민자치사업단 구성
그렇다면 동자치 강화를 위한 실현방안은 어떤 식으로 마련돼야 할까. 23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고양시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 동주민자치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이춘열 고양자치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단순히 조례 개정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예비조사연구를 통해 타 지자체 사례 및 풍산동, 창릉동 주민자치회 시범사례를 평가하고 나머지 37개 동의 준비정도까지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례개정 또한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풀뿌리조직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주민자치 전환메뉴얼 제작, 주민교육 및 마을계획 수립 등의 과정도 포함돼 있다. 

주민자치회 전환계획뿐만 아니라 행정지원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토론회 발표문에는 동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해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시 주민자치사업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함께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주민자치사업단을 복지 2명(전문상담관, 방문간호사)+마을전담관 1명으로 구성해 동자치와 복지를 아우르는 허브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각 자치구별로 주민자치사업단을 운영해 주민자치 촉진과 주민자치회 사업 조기 안착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위원은 “주민자치사업단이 구성될 경우 동 자치 발전계획수립 지원과 주민자치교육, 행정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동 자치/복지 허브화를 위한 지원역할까지 맡길 경우 자치정책이 시민들의 피부로 와닿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자치 활성화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시 컨트롤타워 마련을 위해 제1부시장을 단장으로 하고 주민자치과가 사무국을 맡아 관련부서들을 포괄하는 상설 협의체 형태의 시 자치지원단 구성도 함께 제안됐다.   

시정참여위, 민관협치위 전환에 반발
동자치문제와 함께 시정참여위원회 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고양시는 4기 시정주민참여위원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말부터 민관협치위원회로 전환하기 위해 현행 주민참여조례를 민관협치조례로 개정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시정참여위원회(25명 이내)와 주민참여단(55명 이내)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협치위원회(30명 이내)로 조정하는 한편 여기에 운영위, 분과위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민참여 제도의 도입과 실행 계획에 관한 사항 ▲시정 주요정책에 대한 주민참여 및 정책방향 제안 등 연구·조사·자문의 기능에서 ▲정책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및 결정·시행·평가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소통과 협치 등 심의·조정의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 시정주민참여위원회는 출발 당시 시정공동운영에 준하는 참여기구라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출발했지만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본지 1410호 ‘시책 심의협의는커녕 자문역할도 의문, 시정주민참여위 기능 상실’ 참조). 이번 민관협치조례 개정 움직임 또한 이러한 전면개편 목소리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이재준 시장은 이에 대해 “8년간의 시정참여운영위 과정에서 민관 모두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고 인위적으로 추진된 측면도 없지 않다”며 “이제는 시정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전문가집단이나 책임성을 지닌 단위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시정참여 확대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황희숙 시정주민참여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정주민참여위원회는 고양시 자치도시 모델의 핵심기구로서 시정 전반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자 했던 전국적으로도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던 제도”라며 “그동안의 활동에 미흡한 점이 없었다고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동안의 성과와 역사를 무시한 채 민관협치로 전환하는 것은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왕선 자치기획분과 위원은 “시정참여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은 공무원들의 협치마인드 부재와 부족한 정보제공 문제가 크다”라며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방식의 위원회가 도입되더라도 시정참여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 동별 주민자치위원 등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테이블 토론도 진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정참여 활성화를 위한 대안적 방안으로 기존 시정주민참여위원회와 주민참여단의 옥상옥구조를 수평구조로 재편해 8개 참여단(자치행정, 민생경제, 복지여성보건, 교육문화, 도시교통, 안전주택, 기획조정, 기후환경)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아울러 참여단 확대, 사무국 설치, 민관협치조례 개정이 아닌 주민참여조례 내에 민관협치 정신 및 관련사업 반영 등도 함께 이야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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