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귀종의 경제칼럼>

[고양신문] 국내 인구의 5분의 1은 남한 면적의 0.6%인 서울에 몰려 있다. 프랑스도 인구의 5분의1이 국토의 0.5%인 파리 도시권에 몰려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000명이다. 서울과 면적이 같은 일본 도쿄의 중심부(도쿄 23구)도 인구밀도가 1㎢ 당 1만5000명으로 서울과 비슷하다. 국내 수도권 인구는 2600만 명이다. 비슷한 넓이의 일본 수도권에는 3800만 명이 살고 있다.

왜 사람들은 갑갑한 대도시와 그 주변으로 몰려들까? 경제학적으로 보면 현재와 미래의 소득, 그리고 수명을 극대화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현재의 소득은 일자리, 미래의 소득은 교육, 그리고 수명 연장은 의료 서비스와 관계가 깊다. 대도시에 일자리가 많은 이유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고, 기업이 많은 이유는 인적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스케일』의 저자 제프리 웨스트에 의하면 생물과 기업, 도시는 공통점이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서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차이점도 있다. 생물과 기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도시는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생물의 경우 몸이 커지면 세포의 수와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으로 증가하는데, 뼈와 살의 단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즉 생물은 팔 다리가 더 이상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서 성장을 멈춘다. 기업은 규모가 커지면 평균 비용이 줄어서 이익이 증가하지만, 이와 동시에 관료주의가 발호하고 다양성이 억제된다. 즉 기업이 몸집이 커지면 혁신이 줄면서 경쟁에서 도태되고 결국은 소멸한다. 미국에서 1950∼2009년에 태어나고 죽은 기업들을 조사했더니 수명이 30년이 넘는 기업은 5퍼센트 미만이었고 50년이 넘는 기업은 0에 가까웠다.

반면, 큰 도시들은 대부분 성장이 지속된다. 제프리 웨스트는 그 이유를 도시 경제학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견해를 빌려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정보 교류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쇠퇴하는 도시들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는 철강,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났다. 이 도시들이 쇠퇴한 것은 제조업 위주의 단순한 성장 동력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의 침체 후 서비스업 중심의 다양한 신생 기업이 등장하면서 대부분 다시 살아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입지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대기업, 교통, 학원, 병원, 주변 아파트 등 몇 가지 입지 정보를 조합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많은 경우 부동산 가격은 그 스토리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들에 의해 움직인다. 투자자들은 파이를 키우기보다 파이를 차지하는 데 관심을 둔다. 하여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곤란하다. 하지만 도시 경제학자들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 주목한다. 그들은 도시의 가치는 인구와 다양성,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혁신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제조업 비중은 줄고 서비스업 비중은 늘어난다. 서비스업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소비 기반이 약하고 인적 자원이 부족한 소도시에서는 서비스업이 성장하지 못한다. 고양시는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에 속한다. 주변에 파주시와 김포시도 있다. 창릉 신도시가 들어서면 서울 북부를 합쳐 고양권역의 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가격은 결국 가치를 따라간다. 도시의 가치는 다양성을 유지하고 생산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총체적인 능력에 달려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추신> 일본 도쿄도(都)는 23개의 구(區)와 외곽의 26개 시(市) 등으로 구성된다. 26개 도시 중 하나인 다마(多摩)시는 도쿄 중심부에서 30㎞ 정도 떨어진 인구 15만 명 내외의 소도시로서 석유파동 이전의 호황기에 개발됐다. 다마시는 빠르게 성장하다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의 영향으로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줄어들지도 않았다. 다마시는 혁신이 생기기 어려운 작은 도시다. 일산의 미래와 연결하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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