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3만명, 2015년 22만명
인구 계속 증가, 고령화는 심각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
대중교통비 비싸 거주 꺼린다
“도쿄출근 전철 한달 35만원”

 

▲ 2013년부터 5년간 다마뉴타운에 거주하며 수도대학도쿄대학원 도시환경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용원 박사. 이 박사는 “통계 지표에 따르면 다마뉴타운(다마신도시) 또는 다마시의 인구가 국내 언론 보도처럼 반토막 났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40만 명이던 인구는 20만 명 중반대로 곤두박질쳤다. … 초등학교 3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꿈의 도시가 반 세기만에 ‘유령도시’로 바뀐 것이다” - 한국경제(5월 10일자)

“이곳은 조성된 지 50년도 못 돼 빈집이 넘치는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 40만 명이던 인구는 현재 반토막이 났고 초등학교도 절반가량 폐교됐다.” - 한겨레(7월 14일자)


[고양신문] 위 기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자 일본의 다마신도시를 한국의 1기 신도시와 비교하면서 일산과 같은 국내 1기 신도시의 미래가 어둡다는 취지로 작성된 기사들이다. 이런 내용들은 지역 정치인들뿐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반복해 인용하면서 그 내용이 확대 재생산됐다. 최근 있었던 고양시의회 시정질문에서도 3~4명의 시의원들은 ‘다마신도시의 인구가 반토막 났다, 일산의 미래도 그렇게 될까 염려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3기 신도시 반대집회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다마신도시의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뉴스는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신도시 일부 지역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구역상, 또는 뉴타운 지역만 놓고 봐도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은 없었다. 이렇게 국내에서 다마신도시에 대한 정보가 왜곡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마신도시를 통해 일산과 같은 초기 신도시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다마신도시에 거주하며 도시를 연구해온 이용원 박사에게 다마신도시의 현재 모습에 대해 물었다.

 

▲ (왼쪽 그래프)다마뉴타운은 정체기 없이 현재까지도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엔 22만4000명까지 인구가 늘었다. (오른쪽 그래프)다마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구 약 14만6000명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언론보도처럼 인구가 현저히 감소한 사실은 없다.


▪ ‘40만 명이던 다마신도시의 인구가 20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유령도시로 변했다’라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사실인가.

인구 감소시대가 시작된 일본에서 다마시 역시 예외일 순 없다. 하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마뉴타운(다마신도시)’과 행정 구역의 ‘다마시’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다마뉴타운’이 도쿄도의 ‘다마시’를 많은 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다마뉴타운’은 ‘다마’ 이외에도 ‘이나기’시, ‘하치오지’시, ‘마치다’시 등 여러 지역에 펼쳐져 있다. 이 경우 ‘다마신도시’의 인구는 지금도 계속 증가추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도쿄도 도시정비국’에서 발표한 ‘다마뉴타운 지역 재생 가이드 라인’을 보면 다마뉴타운의 인구는 1975년 약 3만 명에서 2015년에는 약 22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한 이유는 다마뉴타운이 1971년 첫 입주가 시작했으나 최근까지도 입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마뉴타운에 거주하던 2014년에도 입주가 계속되었으며(다마뉴타운 16지구), 2017년에도 300세대 민간 분양 아파트가 준공된 것으로 나타나있다(다마뉴타운 11지구).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행정구역상 ‘다마시’의 인구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1980년 약 9만 명이던 다마시는 1990년 약 14만4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5년에도 14만6000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는 점차 인구가 줄어 2030년에는 약 13만 명, 2045년에는 약 12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현지인들에게 다마신도시는 어떤 이미지인가. 실패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가.

실패했다라기보단 대신 고령화, 노후화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1970년대부터 입주한 초기 다마신도시 지구는 당시의 20~30대의 젊은 층 거주자가 그대로 5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70~80대가 되었기에 매우 높은 고령화 비율이 나타나고 있다. 즉, 도시의 고령화로 인해 활기를 잃은 것은 사실이다. 거주하면서도 주로 만난 이웃들은 대부분이 어르신이었다.

다마시가 2015년도에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마신도시에 대해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오래된 지역에서는 자연환경, 맑은 공기나 일조 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교통, 쇼핑 등의 인프라에 대해서는 불편해하고 고령으로 인해 지역 활동(자치회, 동아리 활동)이 부족한 점에서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왜 많은 언론들이 사실을 과장해 ‘인구가 반토막 났다’라는 표현까지 하게 됐을까? 70년대 초반에 입주한 지역은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다마뉴타운의 초기 입주 단지에서는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듯이 높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도 일본 통계에 의하면 다마뉴타운 초기에 입주한 ‘게이오나가야마 지구’의 연령은 70대나 80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마신도시가 순차적으로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단지가 1970~80년대 조성되었기에 많은 지역의 단지에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50세대의 건물에 5세대만 입주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실린 2015년의 한 일본 현지 기사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고령화라 함은 다마뉴타운에 젊은 층의 유입이 적다는 것인데, 이유는 오래전 지어진 주택단지가 현재 젊은 층에게는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70~80년대 지어진 불편한 공영주택은 대부분 5층 건물로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도 없으며, 전철역에서도 접근이 불편하다. (육아 세대에게는 유모차 등을 들고 올라가야 하는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기피가 있으며, 단지에서 전철역까지 이동하는 버스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전철역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도 입주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 구릉지에 조성되어 있어서 유모차나 자전거 통행에도 불편했다.)

▲ (사진 왼쪽)70년대 건설된 다마뉴타운의 5층 공동주택엔 엘리베이터와 지하 주차장이 없다. (사진 오른쪽)오래된 주택의 진입계단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불편하고, 젊은 층도 선호하지 않는다.

 

▪ 한국의 1·2기 신도시(일산·운정 등)의 가장 큰 약점은 자족시설과 교통망 부족이다. 다마신도시도 이와 비슷한 약점이 있지 않나.

나 역시 도쿄의 도심인 신주쿠를 갈 때 철도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실제 거주자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면, 교통망보단 교통비용이 더 큰 문제로 체감되었다.

일본의 대중교통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비싸다. 예를 들어, 내가 거주하던 다마신도시 토요가오카 단지에서 도쿄역까지 버스와 전철을 이용해서 간다면, 약 1시간 40분이 걸리며 편도에 720엔(약 8400원)이 소요된다. 왕복이면 약 1만7000원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회사에서 교통비를 별도로 지급하는 경우도 제법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교통비 부담은 매우 높다.

다마신도시에서 도쿄역으로 출퇴근 할 경우 한 달 20일로 본다면 약 35만원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한 달에 교통비로 70만원이 소요되는데, 이 경우 출퇴근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본다면 오히려 도쿄 도심 근처나 인근 대도시 요코하마 등에 거주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역시 자족시설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내가 거주하던 단지는 다마신도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다마센터역’ 근처였지만 업무 지역이 거의 없었다. 즉, 다마뉴타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인구는 도쿄 도심까지 출퇴근을 해야 했으며, 이는 부족한 교통망, 비싼 교통비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 다마신도시의 오래된 택지개발지구는 한국 1기 신도시의 미래일 수도 있겠다. 다마신도시의 도시재생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2018년 도쿄도는 ‘다마뉴타운 지역재생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다마뉴타운의 가장 큰 과제는 노후화된 아파트 주거단지가 현재 젊은 층은 물론 기존 거주자인 고령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기에, 이번에 수립된 가이드라인에서는 2040년대의 생활 모습을 미리 예측하며 고령자나 육아세대 등 거주자 특성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재생을 큰 방향성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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