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순 벽제농협 수석이사

[고양신문] 이옥순(69세) 이사는 2006년부터 벽제농협 여성이사를 8년간 지낸 후 2년째 수석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벽제농협을 만나면서 인생의 행복지수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

1992년 주부대학 1기를 하며 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 동창회장까지 지냈고, 이사가 된 후 고향 함양농협과 자매결연 및 지역과 1사1촌 맺기 등을 추진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보금자리는 덕양구 관산동 고골마을이다. 누운소나무(가브리), 배롱나무(백일홍), 능소화(명예와 영광 의미) 등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고, 높은 천장까지 닿는 키 큰 벽난로 옆의 너른 창 너머로 맑은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는데 마치 마법의 성 같다.

이 이사는 “벽제농협 부근에 살다가 18년 전부터 지금의 장소에 집을 신축해 옮겨온 후 800cc 미니트럭을 몰고서 밭일도 나가고 수확한 농산물을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낸다”고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옥순(5남매 중 막내) 이사와 벽제농협 부근에서 36대째 토박이로 살았던 남편 한명희(7남매 중 맏이)씨는 제약회사에서 만나 결혼했다. 결혼 당시 초등 6학년부터 어린 동생까지 새벽밥해서 공부시켜서 모두 결혼시키고, 오랫동안 아프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3년 전 작고한 시아버지까지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했다. 시부모가 모두 돌아가신 후 형제들 친정을 자주 왕래하라고 맏형 내외는 1000만원을 밑거름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이들과 1년에 네 번 형제여행을 통해 끈끈한 우애도 다지고 있다.

이 이사는 “부모의 우애를 보고서 아들 둘(큰아들 세무사, 작은아들 GM연구원)도 서로 마음을 챙겨주며 잘 지내서 흐뭇하다”고 한다.

이옥순 이사는 3년 전부터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KBS1/토요일 오전 8시30분~9시30분)’에 출연 중이다. 황금연못은 출연자(자문위원)들에게 미리 주제를 카톡으로 제시한 후 답글을 보내 채택되면 녹화해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이사는 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출연하며 분위기를 사로잡고 있다.

주제가 ‘전깃불’이었는데, 초등 4학년 무렵 친구 2명을 설득해 4㎞ 걸어서 교회를 갔다. 하나 둘 셋 신호와 함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들어오던 황홀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캄캄한 밤길을 걸어서 동네 입구에 왔는데, 아이 셋이 없어졌다고 횃불을 들고 이름을 부르며 찾았고 허락 없이 집을 나간 이유로 밤새도록 야단을 맞았다는 사연이다.

‘나무 올라가는 것’ 사연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을 때 개구쟁이 옥순어린이는 오디를 따기 위해 뽕나무에 올라갔고, 친구들은 밑에서 주우며 보리를 모조리 밟았다. 주인에게 들켜서 친구들은 도망가고, 옥순어린이는 나무에서 내려오다 잡혀 야단맞고, 보리 밟은 것은 엄마가 변상해주었다.

이후에도 막내 옥순 어린이의 명랑소녀 사고뭉치 스토리는 이어졌다. 마당에 있는 단감나무에 올라갔는데,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밑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 슬레이트 지붕이 파손되면서 속으로 빠졌다. 

그때 피부 마사지한 것이 지금도 탄력있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 이사는 “엄마가 잘 건져서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많이 씻어내느라 피부가 벗겨져서 고생도 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주제가 대부분 어린시절이다보니 시골에서 여자 대장부로 활약했던 추억들을 소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살아온 삶이 한 편의 영화처럼 실감나게 방송돼 남편과 함께 고정출연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 명랑소녀의 기질을 보였던 이옥순 이사는 “개구쟁이 리더십이 어른되어서 맏며느리와 농협의 이사 역을 잘 해내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어릴 적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로 앞으로도 시청자들을 신바람나게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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