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400살 나이로 추정하는 천연기념물 제79호 강화도 사기리 탱자나무.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어릴 때 남도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많았습니다. 집이나 과수원 둘레에 조성한 탱자나무 울타리, 날카로운 가시를 이용해 도둑과 가축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또한 가시가 귀신을 쫓는 주술이 있다고 여겨 집 울타리로 많이 심기도 했습니다.

지난여름 더위를 피하며 대사리 해장국 한 그릇 하셨는지요. 민물고동인 다슬기가 있습니다.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지요.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고디, 골부리라고 부릅니다. 이 대사리를 된장 조금 풀고 삶아 탱자나무 가시로 살을 빼먹었지요. 똥이라 부르는 꽁무니 끝부분까지 나오도록 살살 대사리 껍질을 조심스레 돌려야 했습니다. 바늘에 실을 꿰어 대사리 살을 줄줄 꿴 뒤 한꺼번에 수십 개를 먹으면 맛이 더 깊었습니다. 그만큼 먹을 게 없던 가난한 시절이었습니다. 올갱이 해장국으로 알려진 다슬기 국은 부추(전라도에서는 솔이라 했지요)와 채소를 넣어 먹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옷핀이 흔해졌을 때 탱자나무 가시는 효용성이 사라졌습니다.
 

일산 호수공원 탱자나무. 지금은 열매가 녹색이지만 10월쯤이면 노랗게 익는다. <사진=김윤용>

 이상권 생태동화 작가는 동화집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에서 「주황색 뿔을 가진 괴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탱자나무집, 세퍼드 잡종인 ‘세잡이’가 무서워 주먹공을 찾으려고 탱자나무 아래 빈 공간을 기다가 벌거지를 발견합니다. “나를 놀라게 한 괴물.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등에는 여러 겹 마디. 이마에 있는 까만 눈. 눈과 눈 사이에는 노란 줄. 초록색 괴물.” 초록색 괴물 벌거지가 바로 호랑나비 애벌레입니다.

흔했던 탱자나무를 남도에서도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탱자나무 울타리가 많이 사라졌다는 증거이겠지요. 강화도에서 탱자나무 천연기념물을 만났습니다. 400살로 추정하는 갑곶리와 사기리 탱자나무. 천연기념물 제78호와 제79호입니다. 모두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성곽 밖에 심었던 것이 살아남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철책으로 진지 외곽 방어를 하지만 옛날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로 외부를 둘러 외적이 함부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강화도가 탱자나무 북쪽 한계선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계선이 한참 올라가겠지요. 남쪽에서만 자라던 탱자나무가 지금은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도 자라고 있습니다. 전통정원 옆 텃밭정원 대각선 방향으로 자전거 길과 보행로를 건너면 회양목으로 경계를 구분한 녹지가 있습니다. 이곳 팽나무 아래 탱자나무가 살짝 숨어 있습니다. 나무 ‘시집 보내기’라는 풍속을 아는 누군가가 기다란 돌을 나뭇가지에 꽂아놓았군요. 가을이 오면 탱자 열매가 노랗게 익은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열매는 녹색입니다.
 

4월말~5월 즈음에 피는 호수공원 탱자나무 꽃. <사진=김윤용>

 탱자나무는 키가 4m 정도까지 자라는 작은키나무입니다. 줄기와 가지 곳곳에 커다랗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며 3개씩 나는 3출엽입니다. 잎자루에는 날개가 있습니다. 꽃은 5월쯤 흰색으로 핍니다. 운향과로 분류합니다.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있습니다. 이곳 인사들이 펴낸 『반일종족주의』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전쟁, 경제전쟁을 치르는 때에 국가와 민족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죄인을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막기 위해 집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을 가두었다는 위리안치(圍籬安置)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 사람들을 국민 이름으로 위리안치했으면 싶습니다.
 

8월 중순 호수공원 풍경.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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