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세차례 부도로 피해 눈덩이

일산 주엽역 신축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서 25년 전 발생한 분양금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서광백화점 분양 피해자들. 현 시행사인 맥스코프는 "이전에 부도가 난 3개의 시행사는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법적 보상 의무는 없음을 밝혔다.

도심 흉물 사라진다, 주민들 환영
인수자 ㈜맥스코프 오피스텔 착공
시행사 세차례 부도로 피해 눈덩이
“시행사 바뀌었지만, 보상해주길”


[고양신문] 일산 주엽역에 20년 넘게 흉물로 남아있던 건물이 철거되고 최근 한창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심에 오랫동안 방치됐던 대형 건물이 해체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인근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 건물에 투자했던 초기 분양 피해자들이다.

“일산에 이사 오자마자 1994년에 이 건물에 투자했어요. 당시 역세권 문촌마을 아파트가 7000만~8000만원 할 때인데, 제가 이 건물(당시 서광백화점)에 투자한 금액이 1억원이 넘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 돈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 분양 사기 당하고 25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발 뻗고 편하게 잔 날이 없어요.” - 유**(56세, 여성)

“작년 말, 건물이 철거된다고 하니깐 뭔가 이상하더라고. 내 돈으로 지은 건물인데…. 건물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보상받기는 더 이상 어려운 건가 싶었어. 지금도 가슴에선 천불이 난다고.” - 김**(81세, 남성)

피해자들은 대부분 1994년, ‘서광백화점’ 분양 피해자들이다. 이후 세 차례나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서 분양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는 현 건물과 부지에 대해 사업권을 인수한 ㈜맥스코프가 오피스텔 공사의 사업 운영자다. 과거 이 건물로 인해 피해를 봤던 투자자들은 현 사업자인 맥스코프가 보상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바람처럼 피해보상이 쉽지만은 않다. 법적으로 현 사업자인 맥스코프가 이들에게 보상해줄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맥스코프가 사업을 인수한 만큼 피해자들도 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엽역 서광백화점 1·2·3차 피해자 협의회’의 김종효 대표는 “초기 피해자 중 40여 명은 작년 말부터 맥스코프와의 협상을 통해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평성을 생각해서라도 우리에게도 투자 원금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협의회 회원 10여 명은 최근 고양시청과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했다<사진>. 피해자들이 모델하우스 앞에서 시위를 하자 맥스코프 측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위가 분양에 실제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3곳의 시행사로부터 분양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전단지.

맥스코프 관계자는 “피해자들과 협상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이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 투자 원금에 위로금까지 요구하고 있어 우리로선 대화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재에 나서고 있는 고양시 입장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시 건축과 관계자는 “사적 피해보상이기 때문에 시가 나서서 협상을 주도할 수는 없다. 양측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서로의 입장을 잘 전달해 드리는 정도일 뿐 해결책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광백화점 피해자들은 “벌써 25년 전 일이 됐다. 이미 돌아가신 분도 있고 포기하신 분도 계시다”며 “투자 피해자가 수백 명이면, 거기에 달린 가족들은 수천 명이 될 텐데, 이들의 아픔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오피스텔 사업으로 큰 수익을 남기게 될 사업자 측에서 최대한 보상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다시 협상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건물은 삼부르네상스(시공사 삼부토건)라는 이름의 오피스텔로 8월 23일부터 분양에 들어갔다. 총 551실 연면적 4만2300㎡의 오피스텔은 내년 말쯤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주엽역 오피스텔 건물. 입주는 내년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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