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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이렇게 푸대접 받을 대상 아니다<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 승인 2019.09.05 09:32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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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을 시작하며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사랑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도 변한다. 당연한 이치다. 자연현상은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 생태학자들은 그런 자연의 변수를 읽고 변화에 대해 예측하려 애쓰지만 결과는 늘 신통치 않다. 생태계는 수많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현상들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 간에는 예상치 못하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과서처럼 상위포식자가 하위포식자를 먹는 현상만이 아니라 생태현장에서는 개체의 크기나 나이에 따라 먹이사슬의 반전이 늘 있다. 황소개구리가 뱀을 잡아 먹고 물장군이 민물거북을 잡아먹고 사마귀가 새를 잡아먹고….

또한 해마다 철새가 온다고 올해도 같은 새가 오라는 법은 없다. 굳이 원인을 따지려고 서식지의 기온과 강수량, 조위, 유기물, 퇴적 등 환경변수를 측정하고 경향을 보려하지만, 수백㎞ 밖의 번식지, 중간기착지에서 벌어지는 변수의 영향은 알지 못한다. 또한 환경변수와 달리 인간의 개입에 의한 교란변수들은 양적으로 측정하기도 어렵다. 이러하니 생태계변화 예측치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혹자는 그래서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복원하는 것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였다.

그래서 시민의 관찰, 특히 다수의 대중이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시민생태모니터링 데이터는 매우 소중하다.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태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관찰들은 해석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상들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이 칼럼은 20여 년간 필자가 고양의 시민들과 발로 쓴 생태보고서를 이야기로 풀어내고자한다. 글에 재미를 주기 위해 때로는 생명들이 고양시민들에게 쏟는 일갈의 형태가 될 것이요, 때론 그들을 위한 변론의 글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호수공원의 두루미 이야기다.
 

중국 흑룡강성 치치하얼시에서 온 수컷 두루미. <사진=에코코리아>

호수공원 두루미의 편지

나는 단정학이라 부르는 두루미야. 우리부부가 고양시 호수공원에 신접살림을 차린 지 벌써 6년을 훌쩍 넘겼지. 우리보다 앞서 이곳에 살던 두루미부부는 중국 치치하얼시에서 와서 16년을 이곳에 있었어. 그 부부 중에 부인이 먼저 죽고 홀로 남은 홀아비 두루미가 서울동물원으로 새장가를 갔어. 대신 젊은 우리 부부가 고양시로 이사를 왔지.

우리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자식을 낳으려고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어. 원래 우리 두루미가 번식하는 곳은 중국 흑룡강-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의 드넓은 초지, 뜨거운 태양아래 곤충, 물고기, 민물조개와 같은 단백질 먹이가 풍부한 곳이야.

서울동물원에서 신방을 차릴 때는 사육사님들이 세심하게 관리해주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곳은 너무 열악해. 두루미사육사는 날기에 너무 좁고 천장은 턱없이 낮아. 둥지를 만들 습지는 너무 딱딱하고 물이 있는 곳은 콘크리트 수조야. 둥지재료는 볏짚이 다여서 야생의 모습하고는 많이 다르지. 햇빛 가림막은 사시사철 빛을 막고 있고 오가는 사람들은 너무 가깝지. 특히 알을 품을 때면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웬 행사가 그리 많은지, 소음 때문에 가슴이 철렁철렁하지. 이곳은 두루미 살 곳이 못돼.

그리 멀지 않은 한강변 장항습지는 엄청 좋은 두루미 서식지야. 그런데 그 물길도 호수공원과는 연결이 되어 있지도 않아. 이곳에서 번식하는 쇠물닭이나 개개비, 새호리기 같은 친구들이 자주 장항습지에 다녀오는 것 같은데 우린 구경도 못했지. 그 많은 말똥게들도 호수공원까지 들어오지도 못해. 샛강이 모두 막혀있거든.

가을엔 우리 머리위로 일본이나 순천만에서 올라오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날아가는 걸 볼 수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린 ‘뚜루루루~’ 하면서 서로 소리로 인사만 주고받지. 사실 우리 종족은 가까운 인천 경서동, 강화 갯벌, 공릉천하구까지도 살았고 지금도 간간이 겨울이면 월동을 하지.

장항습지도 농경지를 잘 관리하면 우리 종족들이 들어올지도 몰라. 지금은 우리 사촌격인 재두루미들이 겨울이면 100여 마리 남짓 살고 있어. 고양시가 두루미의 땅, 학의 고장이 되기를 학수고대할게. 그때까지 나를 좀 잘 돌봐주면 안되겠니?

장항습지의 재두루미 가족. <사진=에코코리아>


재두루미를 고양시 상징새로

고양시에는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두루미류가 3종이 있다. 장항습지에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멸종위기2급),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멸종위기2급)가 야생에서 서식하고, 호수공원에는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멸종위기1급)가 인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고양시의 새는 ‘까치’이고 그 이유는 ‘친절하고 착하고 인정이 넘치는 고양시민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고양시’를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까치는 그 이미지와 다르게 매우 공격적이고 텃세가 강한 맹금에 가까운 생물종이다. 선비의 자태, 우아하고 고귀한 존재로서의 재두루미가 고양시의 새가 되고, 하루빨리 호수공원 두루미사육사가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편안하게 노닐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되길 기대한다. 뭇 생명체들은 그들 나름의 생태적 지위가 있고 우리는 이를 존중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초보엄마 두루미의 방황. <사진=에코코리아>
초보엄마 두루미의 알품기. <사진=에코코리아>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진=에코코리아>
재두루미의 비상. <사진=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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