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높빛시론>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이들은 사법개혁을 위해 조국 후보자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조국 후보자의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며 비판합니다. 그런 가운데 쟁점이 된 여러 의혹을 검증하는 청문회 개최 일시와 방법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사법개혁의 당위성은 사라지고 온갖 구설수와 의혹만 매일같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공방으로 많은 분들의 가슴에서 안타까운 마음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사법개혁을 위한 힘이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 때문입니다.

저는 인권운동가로 근 30년을 살아왔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인권운동가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처럼 ‘별 것도 아닌’ 인권운동가에게 많은 분들이 연락을 보내옵니다. 어떤 분은 이메일로, 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SNS 메시지로 보내오는 분도 계시고 더러는 어찌 어찌하여 알게 된 제 휴대폰으로 무턱대고 전화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제가 어디를 다녀왔다며 남긴 페이스북을 보고 무작정 그 곳을 찾아가 그곳 분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떼를 써서 연락해 온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제게 연락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그래서 경찰과 검찰을 찾아가고 또 어떤 분은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재판을 했는데도 잘못된 결과가 바뀌지 않으니 좀 도와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아무 힘도 없는 인권운동가를 찾아와 “자기 사정을 좀 들어 달라”며 하는 호소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분 중 몇 분만 돌아보면 2000년 전남 완도에서 발생한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존속살해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입니다. 그녀는 현재 수감 중인 무기수로는 최초로 재심이 개시되어 다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에는 충북 충주에서 경찰관의 과도한 음주단속 행위에 항의하던 부부가 ‘괘씸죄로 세 번이나 같은 사건으로 기소되어’ 큰 고통을 당했던 이른바 ‘경찰 공권력 헐리웃 조작 사건’도 제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사건이 그동안 저를 찾아왔고 그중 더러는 ‘운이 좋아’ 해결이 되거나 또는 그나마 억울함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고맙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와 달리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을 받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제가 받은 편지도 그런 사연 중 하나입니다. 그 분은 성공한 중소기업인 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골프에 소질이 있는 딸을 위해 시골 동네에 개인용 골프 연습장을 겸한 전원주택을 짓다가 생각지도 못한 형사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해보면 누구나 압니다. 한번 엮이면 ‘자기가 하지 않은 일임에도’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이 분도 그랬다고 합니다. 분명 내가 하지 않은 일인데 그 분은 결국 3년 6개월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편지에는 그런 그간의 억울함을 절절하게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이 결국 오늘날 병으로 발전하여 현재 암으로 요양 중이라는 그 분의 편지는 제 가슴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눈물로 남았습니다.

그 분은 말합니다. 자신이 이런 일을 경험해 보니 대한민국 사법제도는 철저히 썩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자기가 억울함을 피력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도 한 번 검사에게 표적이 되면 헤어날 길이 없다고 합니다. 검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귀담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에게 필요한 범인이 될 때까지’ 사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의 고통과 상처를 접할 때마다 그런 사연을 읽어야 하는 저 역시 절망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가 보다 정의로워지기를 소원합니다. 억울한 이가 없는, 그래서 힘없는 사람이 고통 받지 않는 나라를 소원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대한민국은 올바른 법치국가를 위한 ‘사법개혁’이 필요합니다. 돈이 없어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나라, 반면에 돈이 많다고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불의가 없는 나라. 제가 꿈꾸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사법개혁을 이룰 수 있는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는 날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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