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이 되는 70명 규모의 페인트 제조회사를 선대 회장 부친의 뒤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선대 회장 시절 경기가 좋을 때는 직원이 150명 가까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인해 몇 번이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인원이 많이 줄었다. 

B회사는 사업 초창기부터 임금과는 별도로 설, 하계휴가, 추석, 연말에 각각 기본급의 50%씩 지급하는 상여금 제도가 있었다. B가 사업을 맡아 운영하던 2012년 신제품 개발로 인한 매출실적 호조로 영업이익이 늘어나자, B는 그동안 50%씩 4번 지급하던 상여금을 6번으로 인상했다. 지급방식은 이전처럼 비정기적으로 받는 것보다 격월 짝수 달에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것이 가계 살림살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시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처음 몇 년간은 상여금이 지급되는 짝수 달 말일까지 근무한 직원에게만 지급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홀수 달에 퇴사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 같아서 아예 근무기간을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 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최근 퇴사한 A는 고용노동부에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지급받은 연장근로수당이 기본급만으로 산정되었고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차액을 청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B는 상여금은 본래 보너스 형태로 지급해 온 것이며 그동안 상여금과 별도로 기본급도 꾸준하게 인상되었고, 더구나 최근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미숙련 신입 사원의 기본급조차 높은 편이라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산입한다면 앞으로 사업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냈다. 

고용노동부는 짝수달의 정기상여금은 격월 단위로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정기적 성격을 갖고, 모든 근로자에게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일률성 요건을 충족하며, 매월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할 시점에 일할 계산된 상여금이 명확히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고정성 요건 또한 충족하므로 그 성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연장근로수당 산정 시 누락된 상여금을 포함하여 다시 계산된 차액을 지급하라고 했다. 

만일 B가 예전처럼 상여금을 설, 하계휴가, 추석, 연말에 지급당시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였다면 현 시점에서도 통상임금이라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노동관계에서는 근로자의 편의나 요구를 고려하여 선의로 시행된 사업주의 의사결정이 도리어 사업주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모순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사업주의 선의나 호의를 원인으로 사업주 자신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정의 관념이나 노사 화합적 분위기 조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이 어떠하든 임금은 사업주의 지갑에서 나오게 되어있다. 강한 바람으로 외투를 벗기려 하기 보다는 나그네가 스스로 외투를 벗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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