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에게 활짝 열린 법원도서관 ‘법마루’
지난해 서초동에서 고양으로 이전
일반인에게 열람실·자료 전격 개방

 

법원도서관 법마루의 외부 전경.
일반인들에게 법원은 멀고 딱딱한 곳이다. 시민과 법원이 만나는 장소가 ‘법정’이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의 견해가 충돌하는 법정은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이름만 들어도 긴장되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과 법원이 만나는 또 하나의 장소는 표정이 전혀 다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법률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일상의 멋진 쉼터 역할도 하는 곳. 바로 일산동구 마두동에 자리한 법원도서관이다.
‘법마루’라는 별칭을 가진 법원도서관은 지난해 12월 서초동 대법원 시대를 마감하고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사법연수원으로 이사를 했다. 단순히 공간만 옮긴 게 아니다. 서초동 시절에는 법조인이나 법률관련 종사자, 또는 법학도에게만 공간을 개방했지만, 고양 법마루를 개관하며 16세 이상 일반 시민에게 공간을 전면 개방했다. ‘국민과 동행하는 미래사법의 보고’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시민과 법원 사이의 공간을 좁히려는 법원의 의지가 집약된 장소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적 매력

법원도서관은 우선 공간적 매력이 방문객을 사로잡는다. 법원도서관 관계자는 “사법연수원 자료실과 연구공간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수년에 걸쳐 리모델링해 3개 층의 넉넉하고 쾌적한 서가와 열람실을 꾸몄다”고 소개한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3층까지 높게 트인 중정 아래 여유롭게 배치된 열람좌석이 자리하고 있고, 주변을 큐빅 모양의 세련된 서가가 둘러싸고 있다. 한 면이 역 마름모꼴을 하고 있는 박스형 큐빅 서가는 이용자가 안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돼 마치 책과 지식의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큐빅 서가 뒤쪽으로는 안락한 소파형 좌석이 군데군데 배치돼 있어 혼자만의 아늑한 ‘구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공간적 쾌적함은 2층과 3층도 마찬가지다. 계단 옆으로 긴 원목 탁자가 놓여있기도 하고, 각 층 코너마다 색다르게 연출된 공간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충분하게 넓은 독서공간과 자료실

층별로 구비된 자료들을 살펴보자. 1층은 국내 일반자료실로서 일반주제도서와 교양도서, 잡지가 배치돼 있다. 또한 법령·판례집 등 사법부에서 발간한 간행물들은 별도의 서가에 모아놓았다. 또한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전자신문과 전자잡지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도 있다.
2층과 3층은 국내 법률자료를 모아놓은 심층 법률연구공간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이용과 열람이 가능하지만, 소장된 자료의 성격상 법조인이나 법률관계자, 법학자, 법학도들을 위한 특화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층은 국내법률서와 법률관련 잡지, 연속간행물을 모아 놓았고, 3층은 중정을 중심으로 좌·우편에 각각 서양과 동양의 법률도서와 정기간행물, 학회지 등을 갖췄다. 국내 최고의 법률전문도서관답게 이곳에 소장된 법률관련 서적만 14만여 권에 이른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의 넓은 열람공간.

알면 편리한 디지털 검색 시스템 

법원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우선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또는 법마루를 직접 방문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입구에서 회원 아이디를 입력해 일일 이용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법률서적과 판례 등을 소장한 공간의 특성상 개인물품은 보관함에 맡긴 후 입장할 수 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이용증을 발급받아야 디지털 검색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검색대와 같이 첨단 기기를 활용한 예약시설도 법원도서관의 자랑이다. 검색대에서는 법원도서관이 소장한 원문 자료는 물론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 소장 자료, 국내·외 학술자료,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의 검색이 가능하다. 또한 법률백과사전이나 종합법률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
법률종사자나 법학자, 공무원들에게는 조사연구실과 세미나실이 무척 탐나는 공간이 될 듯하다. 개인용 책상과 검색회선을 갖춘 PC, 수납공간 등을 갖춘 조사연구실은 당일 이용도 가능하고, 특정한 연구를 수행한다는 증명자료를 제출하면 법원도서관장 승인 후 3개월 동안 장기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전동휠체어, 센스리더, 전동 페이지터너, 점자정보단말기 등을 갖춘 장애인열람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장애인도 법원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에게 주차장도 무료 개방된다.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 사서들

이처럼 법원도서관은 공간의 매력이나 방대한 장서, 또는 첨단시설의 편리함이라는 다채로운 장점을 골고루 지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운영 주체의 의지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법원도서관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기대를 품게 한다. 허부열 법원도서관장은 “개관 30년을 맞는 법원도서관은 그동안 법률지원업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그러나 새롭게 고양시대를 맞아 일반인에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고 전면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펼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법률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래 지향적 법률문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지식정보화 도서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오랫동안 법원도서관과 함께 한 베테랑 사서들. 왼쪽부터 도정애, 이혜경, 홍소영 사서.

 장서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서들의 면면도 믿음을 더한다. 이혜경 사서와 도정애 사서는 도서관이 30년 전 서소문에서 개관하던 시절부터 근무한, 법원도서관과 역사를 함께 한 이들이다. 이혜경 사서는 “아직은 일반 교양도서 숫자가 부족하지만, 순차적으로 신간 도서를 구매해 큐빅서가의 빈 공간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고, 도정애 사서는 “시민 법률소양강좌와 같은, 법원도서관의 장점을 살린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 고양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구 대비 도서관의 숫자는 얼마면 적당할까. 정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이다. 고양시에도 마을마다 꽤 많은 도서관이 이미 있지만, 법원도서관의 등장은 책과 도서관, 그리고 공간의 매력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법원도서관 ‘법마루’
주소 :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50
문의전화 : 031-92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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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부열 법원도서관장

“시민에게 다가가는 ‘법률문화공간’ 기대해 달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지난해 8월 부임한 허부열 법원도서관장은 법마루의 고양시 이전과 개방을 주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6~2008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며 고양과 인연을 맺었다는 그는 “10여 년 만에 다시 고양시로 돌아와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허 관장은 법원도서관의 정체성을 ‘국민에게 다가가는 법률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하며 미래의 비전을 들려줬다.
 
법마루 고양시대를 연 허부열 법원도서관장.

 ▲ 늦었지만 법원도서관의 고양 이전을 환영한다. 공간을 개방하게 된 이유는.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법원도서관은 그동안 국내·외 주요 법률 문헌을 부지런히 수집하며 법조인들의 재판지원업무라는 고유의 기능에 충실했다. 이제는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법률 문화 창달에 기여할 때가 됐다. 친숙한 눈높이와 서비스로 법률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일반 이용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 소장 자료는 얼마나 되나.
법률 장서는 대법원에 25만권, 이곳 법마루에 14만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각종 법령과 판례집, 간행물도 주요 소장자료다. 아직은 일반교양도서가 부족한 형편이지만 꾸준히 예산을 투자해 장기적으로는 자료의 30% 정도를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 법률인접학문과 일반교양도서로 채울 계획이다. 
 

서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큐빅 서가.

▲ 어떤 이들이 이용하기를 기대하나.
16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이용하실 수 있다. 특히 가까운 고양시민들이 법마루의 시설과 자료를 적극 활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로스쿨 학생이나 법학관련 연구종사자, 변호사·법무사 등 법률 관련자들에게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보 서비스 제공하는 게 목표다. 특히 해외의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주요 법학자료 인터넷 전용회선을 모두 확보했고, 개인이 장기간 이용할 수 있는 조사연구실도 갖췄다. 이곳에서 소중한 학술적 성과들이 생산되리라 기대한다. 

▲ 공간이 무척 넓고 쾌적하다.
그렇게 봐 주시니 고맙다(웃음). 이전 사법원수원생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리모델링했다. 처음 찾는 이들에게도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인테리어와 서가 배치, 동선 등을 고심했다.

▲ 지난달 개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어떤 성과를 얻었나.
법률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우선 법률도서관을 향한 외부의 기대가 무척 크다는 것을 깨닫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보다 편리한 디지털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장기적 발전과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 고양시민과 함께 하는 구체적 비전을 들려 달라.
법마루는 라이브러리와 아카이브, 뮤지엄 기능이 결합된, 명실상부한 ‘라키비움’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나아가 다양한 자료를 자체적으로 편찬·발간하는 출판기능도 보탤 것이다. 수년 내로 법원사박물관을 조성해 고양시민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픈 꿈도 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인 ‘생활밀착형 법률소양강좌’를 올해 상반기 3회 진행했는데 아주 인기가 좋다. 하반기에는 부동산경매, 민사사건처리 등을 주제로 총 7회의 강좌를 진행할 계획이다. 11월에는 유명 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도 열려고 한다.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법마루의 미래 모습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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