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 신도시 수용으로 사라질 배다골테마파크 김영수 관장

비단잉어 양식장으로 출발
땀 노동 열정으로 일군 공간 
매년 15만 명 찾아 체험학습 
신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지킬 방법 없어 깊은 한숨만

 

김영수 배다골테마파크 관장은 “요즘도 매일 아침 7시에 나와서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고 곳곳에 서 있는 나무와 풀들과 이야기 나눈다"며 "신도시 개발로 배다골이 없어지면서 이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생태체험 학습을 오던 15만 명의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고양신문] 배다골테마파크 김영수 관장은 지난 5월 정부의 창릉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난 이후로 줄곧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38살 때부터 지금까지 꼬박 20년을 피와 땀으로 일궈온 배다골이 신도시 수용지역에 포함돼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계획 발표를 접하면서 그는 “갑자기 엄청나게 큰 벽이 앞을 딱 가로막고 서있는 느낌”이었다.

배다골테마파크(덕양구 화정동)는 대지 1만5000평 규모에 잉어수족관, 식물원, 카약놀이, 수영장, 실내 동물원, 입체 영화관, 동물농장, 눈썰매장과 민속박물관 등 16개의 시설로 구성된 생태체험학습장이다. 연인원 15만 명이 다녀가는 수도권 생태체험학습의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덕양구 가라뫼서 자란 농사꾼의 아들
김영수 관장은 1970년대부터 가라뫼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었던 농사꾼의 장남이다. 20대 초반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업인 화훼농사를 이어받아 10여 년간 장미를 키웠다.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장미농사를 접고 고심하던 중 TV에서 비단잉어에 대한 일본 NHK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비단잉어 양식이 고소득을 창출하는 분야이지만 당시 우리나라에 잉어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고작 20여 명 안팎이었다. 

다음날 바로 충북 진천에 있는 비단잉어 양식장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일본 사람들이 잉어를 ‘복을 부르는 물고기’라 해서 선호하고 또 이미 해외에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바로 비단잉어 양식을 시작해 2001년 일본에서 비단잉어 양식 기술도 전수받았다. 본격적으로 비단잉어 양식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2003년 8월에는 네덜란드 코이쇼 콘테스트에서 입상을 하며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유럽 비단잉어 관련사업 전문가를 만나 유럽 양식기술을 도입하고 해외 유통망 확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고 비단잉어 양식사업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식물원에서는 아열대 식물부터 감귤나무 향기로운 허브식물까지 다양한 식물의 향을 즐길 수 있다.

 

평생의 꿈 친환경 생태체험 공간 조성 
그즈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자연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아주 오래된 미래였던 생태체험교육 테마파크 사업의 첫 삽을 떴고, 먹고 자는 것조차 잊을 만큼 테마파크 조성에 몰두했다. 인부들이 모두 퇴근하고 돌아간 뒤에도 그는 곳곳을 돌아보며 눈물보다 진한 땀을 흘렸다. 

마침내 2011년 5월 문을 연 배다골테마파크는 이제는 연인원 15만 명이 다녀가는 수도권 생태체험학습의 명소가 됐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안에 고양시는 물론 수도권을 대표하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후회하지 않을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살자’는 그의 지론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가장 치열하고 엄격한 삶을 살아왔기에 주어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연탄광, 만화책방, 전파사 등 1950~60년대 골목 풍경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한바퀴 돌다보면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민속박물관. 부모세대는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고, 자녀세대는 마냥 신기한 공간이다.

 

15만 명 아이들의 학습권 빼앗아야 하나
“요즘도 매일 아침 7시에 나와서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고 곳곳에 서 있는 나무와 풀들과 이야기 나누며 과연 앞으로 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곳을 찾아와 자연과 함께 숨 쉬며 다양한 체험을 하며 교육의 권리를 누려야 할 아이들은 이제 또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속도 모르고 수용지역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듣는 사람 중 열이면 여덟아홉 명은 “수용되면 거액의 보상을 받게 되니 얼마나 좋겠냐”는 소리를 툭툭 던진다. 

“저는 농사꾼의 자식입니다. 쌀 한 톨의 소중함, 밥 한 톨의 눈물을 압니다. 그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기에 포기라는 말은 제 사전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에는 제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집니다. 돈보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그렇게 돈의 논리로만 이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지 답답합니다. 배다골이 없어지게 되면 15만 명씩 찾아오던 아이들의 학습권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 이어가고파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남미의 대표적 작가로 평가받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자신의 자서전 첫머리에 “삶이란 한 사람이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고, 그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김영수 관장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과 함께 삶을 함께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하고픈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한 기회를 달라고 원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