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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23,774건 출동,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구급대원[현장동행] 소방서 구급대원 하루일과 함께해보니
  • 방재현 기자
  • 승인 2019.10.10 19:02
  • 호수 1439
  • 댓글 0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있다.
일산소방서 5년간 118,869건 출동
폭력·폭언·주치자 만나면 힘들지만
주민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

[고양신문] 소방서 119구급대원으로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최일선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건 명예로운 일이지만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이것이 이번 동행취재를 추진하게 된 계기다.

소방공무원들은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직 전환을 원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전환을 위한 6개 법률안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법적근거가 마련된다. ‘지방분권’이란 단어와 상반되는 부분이 있지만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이 아닌 사람 아니겠는가.

매년 소방서에서 구조구급과 화재로 인한 출동이 수만 건에 달한다. 일산소방서의 경우 2014~2018년의 총 출동횟수가 약 11만9000건으로 연평균 2만3774건의 출동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긴급출동 이외에도 각종 훈련과 행정업무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산소방서 119구급대는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2교대 근무와 당직근무를 통해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오늘은 이곳에서 일하는 국봉철 대원(소방교), 김소정 대원(소방사)과 함께 한다. 이들의 일과를 통해 구급대원의 삶을 체험해보자.

 

마두동에서 살고 있는 한 노인이 고통스러워 하다

소방서에 갑작스레 방송이 울려 퍼졌다. 마두동에 거주하는 한 노인이 걷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원들은 분주하게 출동준비를 하고 엠뷸런스에 시동을 걸어 출발한다. 현장까지의 거리는 2.4㎞, 도착시간은 4분 남짓.

아파트 1층 공동현관에 설치된 번호키로 인해 현장도착에 지연이 생긴다. 경비실에서 열어준 덕분에 들어가긴 했지만, 1분 1초가 중요한 구급대에선 엄청난 손실이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잘 걸었는데 오늘은 도통 걷질 못하고 계속 아프다고 해요. 우선 병원을 가야할 거 같은데, 근처 병원으로 (이송) 좀 부탁해요.”- 보호자

근처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면 서로가 편하지만 구급대원들은 보호자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병에 대해 진단이 되지 않는 병원도 있기 때문이라고. 환자가 가진 병에 대해 진료를 하는 곳인지 확인한 후 동국대일산병원으로 이송했다.

국봉철 구급대원은 “보호자분들께서 가까운 병원에 가겠다고 하거나 간혹 응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난처할 때가 있다”며 “이분들을 설득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환자의 안전과 무관하지 않다”며 구급대원의 입장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얘기한다.

공동현관에 있는 번호키로 인해 현장도착에 지연이 생긴다. 신고자의 경우, 구급대원과 연락하면서 현관을 바로 개방할 수 있도록 해야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구급대원이 노인의 맥박과 현재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가깝다고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급대원이 병원과 조율한 후에 식사동에 위치한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발산역 부근에서 사람이 버스에 깔리다

소방서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출동신고가 들어왔다. 정발산역 부근 중앙로에 사람이 버스 뒷바퀴에 낀 채로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였다. 다행히 돌아가던 길 근처에서 발생한 사고라 현장에 2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급대원들과 함께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뛰어갔다. 한 기도원으로 가는 버스가 중앙로에 서있고, 그 밑에선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승객이 버스 측면에서 짐을 꺼내려던 차에 버스운전사가 사이드미러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출발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환자는 근육이 찢어지고 과다출혈로 인해 맥박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환자가 버스에 끼어있어 쉽게 빼낼 수 없는 상태였다. 위험한 상황인 만큼 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를 진행한 후 경찰과 함께 환자를 꺼내기 위해 노력했다. 7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까. 환자를 침대에 눕혀 엠뷸런스에 태웠다. 순간순간 발생하는 변수상황에 대비해 신속하게 명지병원으로 출발했다.

“현재 환자는 다발성외상으로 굉장히 많은 치료를 요하는 상태예요. 살갗이 까지고 근육 손상까지 일어나 빨리 이송하지 않으면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봉철 구급대원

정발산역 부근에서 덕양구의 명지병원까지 많은 차량들이 양보해준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양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긴급한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차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베테랑인 구급대원들도 이런 경우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짐 꺼내는 승객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버스에 의해 승객의 신체 일부가 뒷바퀴에 깔려있다.
환자를 버스에서 빼내 응급처치 후 침대로 올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수공원에 여성이 피를 흘리며 앉아있다

소방서에 도착해서 기사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시 구급신고가 들어왔다. 호수공원에서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앉아 있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길가에 한 여성이 입을 막은 채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전동퀵보드가 세워져 있다.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니 전동퀵보드를 타고 호수공원을 돌다가 갑작스레 넘어졌다고 한다. 그녀의 얼굴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듯 심한 찰과상과 타박상으로 인해 찢어지고 부어있다. 심지어 이가 빠지고 깨지는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이 그녀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그녀는 턱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어눌하게 얘기했다. 아무래도 턱 관절 부상까지 의심됐다. 우선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엠뷸런스에 실어 일산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를 응급실에 들여보내고 나오는 길에 문득 공원에서 전동퀵보드를 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퀵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나 인도에선 운행할 수 없고, 차도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안전모 착용과 안전장비 착용을 요하고,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하는 ‘제2종 원동기 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벌금이나 범칙금 처분을 받게 될 수 있으며, 음주운전의 경우엔 면허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전동퀵보드 이용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사항이다.

한 여성이 호수공원에서 피를 흘리며 앉아있다.
병원에 도착해 간호사가 여성의 치아를 체크하고 있다.
여성이 이송되는 동안 응급처치를 했던 구급차 내부의 모습. 여러 환자를 대비해 다양한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주엽동에서 한 노인이 고통 속에 병원으로 이송되다

현장취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노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구급대원들을 따라 4분 남짓 걸려 도착한 곳은 한 아파트. 올라가 보니 노인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을 호소했다. 노인에게 말을 걸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보호자 말에 따르면 청력을 손실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구급대원들은 보호자를 통해 환자 지병은 없는지 신속하게 체크한 뒤에 급히 일산백병원으로 옮겼다. 가는 길에 마주하게 된 어린이들이 구급차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이를 목격한 구급대원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이 구급차를 보면 신기한지 손을 흔들곤 한다. 아이들에게 손인사를 하며 다시 얼굴에 웃음기를 찾은 구급대원들. 계속된 출동으로 인해 힘들 게 분명한데 금세 미소를 되찾는다. 환자를 이송하고 소방서로 돌아오는 길. 근무하며 발생하는 고충은 없는지 물어봤다.

국봉철 구급대원은 “구급대원들은 구조구급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힘쓸 일도 많다.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불특정한 현장에 장비와 환자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구급대원들의 허리 부상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소정 구급대원은 “지금은 낮이어서 덜하지만 저녁 땐 주취자분들이 많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술 먹고 욕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고 민원까지 넣는 분들을 볼 때면 마음에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구급대원을 폭행한 사건이 1006건으로 피해인원은 112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경기도에서 폭행당한 피해인원은 220명으로 여성 구급대원의 경우엔 성추행 위험까지 있다.

일산소방서의 경우 지난 5년간 매년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일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만 2건이 발생했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응급처치와 함께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다.

 

대원들은 당직, 기자는 퇴근

하루종일 출동과 복귀를 반복해서 그런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몰랐다. 오후 6시. 구급대원처럼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거나 많이 뛰어다니지도 않았는데 피로감이 몰려온다. 아무래도 급하게 다니다보니 긴장을 많이 한 모양이다.

낮부터 고양시 관내 곳곳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대원들도 꽤나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당직근무이기 때문에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를 해야 한다. 24시간 근무와 함께 계속해서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돼 만성피로와 수면장애를 겪는 대원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의 노고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니 감사한 마음과 짠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소방서에서 매일 밤 새워가며 주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을 마주하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 정말 급한 상황이거나 술에 잔뜩 취했더라도 이거 하나만 기억하자. 구급대원도 누군가의 가족이자 가장이다.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노동환경이 조성된다면 소방서비스의 질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소방서 내부에서도 남은 행정업무로 인해 분주한 모습.

 

 

방재현 기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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