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양신문] '뭐? 할머니가 85세라고? 저렇게 고우신데? 말도 안돼! 정말 동안이시다! 그림도 너무 잘 그리셔!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정말 열정적인 분들이야!'

10일 오후 성사1동 제3경로당에서 다양한 감탄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모인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3명의 마을꿈드리미들의 감탄사다. 

경로당에 들어서면서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한쪽에선 어르신들이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리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그리는 시간이라고. 어르신에 따라 그림에 개성이 넘친다. 꽃, 산, 강, 나무, 사람 등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림이 물아일체를 이룬다.

산과 강을 그리고 있는 어르신.

“저는 난을 그렸어요., 손이 떨려서 다른 그림을 그리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좀 더 쉬운 난으로 정했어요.”- 최정화 할머니

“좀 더 젊었으면 잘 그렸을 텐데 아쉽네. 내가 원래 젊었을 적에 그림 정말 잘 그렸는데 아쉬워요. 몸이 마음같지가 않네.”- 박노숙 할머니

“오빠 따라서 영등포에서 스케이트를 탔던 기억이 있어서 그걸 그렸어요. 다른 건 잘 기억이 안 나. 나이가 80세가 넘었는데 다 기억하겠어요?"- 이숙재 할머니

“해바라기를 그렸어요. 아후 다리가 저려서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어. 그래도 끝까지 그린다고 앉아서 열심히 그렸어요.”- 강명례 할머니

“나는 앉은뱅이 꽃을 그렸어요. (누군가가 나를) 예쁘지 않다고 말한다고, 나까지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 송순님 할머니

어르신들이 '아리랑'이란 단어를 듣고 떠오른 것을 그린 작품.

평균 연령이 80세를 훌쩍 넘지만 문화생활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정은 20대 못지않다. 그림에선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진다. 이런 걸 연륜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림을 그린 후에는 어르신들이 경로당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곧 ‘본 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을 중심으로 노래자랑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원래 가사도 좋지만 각자 생각나는 대로 노랫말을 개사해 콧소리와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한 어르신은 신이 나서 노래에 맞춰 춤까지 췄다.

'나의 노래 아리랑' 수업을 진행한 장민지 작가는 "어르신들께서 힘들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속 몸도 쓰고 머리도 쓰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했던 미디어활동과 예술을 접목해 현재 지역에서 재밌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나게 춤추고 있는 어르신과 마을꿈드리미들.

박재운 성사1동 3경로당 회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진행돼 굉장히 뜻깊게 생각해요. 한 가지 건의하고픈 게 있어요. 경로당 중식도우미를 한 달에 약 10일 정도만 쓸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경로당 회원이 60명이 넘는데 회원이 얼마 없는 경로당과 비슷한 지원금을 받다 보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에 바라는 점을 얘기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이동반경이 짧은 어르신들이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은 개선을 위해 어딘가에 꼭 알려달라는 것이 아닐까. 거리낌 없이 자신들이 가진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모습까지도 사진으로 기록하는 마을꿈드리미들. 이들은 어르신들의 민원과 문화생활까지 함께 공유하고 있다. 한 마을꿈드리미는 자치공동체지원센터의 ‘찾아가는 마을학교’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관리는 물론 공동체의 소중함까지 느끼고 있다며 동료들과 입을 모아 얘기했다.

어쩌면 이들의 말처럼 공동체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형식과 규모보단 소통과 연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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