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북한산 풍경을 가득 품은 카페 ‘플레이’

[고양신문]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가더니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비 오는 월요일 오후, 북한산의 초록 풍경을 가득 품은 카페 ‘플레이(대표 김연주)’를 찾았다. 촉촉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저 멀리 안개에 휘감긴 북한산 모습이 운치 있게 다가온다. 구불구불한 왕복 1차선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 바로 앞에 2층짜리 현대적인 건물이 보인다. 주변이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천천히 산책하기에도 나무랄 데 없다. 

올 6월에 오픈한 이 카페는 날씨에 따라 경관이 무척 다르다. 화창한 날은 수채화 풍경을, 비 내리는 날에는 고즈넉한 수묵화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자연 자체가 보여주는 멋스러운 작품을 볼 수 있는 근사한 곳이다. 햇살 좋은 날이라면 사람들로 북적일 텐데 비가 오니 한적하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에 속하고, 카페 건너편은 은평구로 북한산의 메인 등산로 입구다. 카페 앞마당에는 파라솔과 푹신푹신한 쿠션들이 놓여 있고, 뒤쪽으로 짙은 갈색의 다리가 눈에 띈다. 다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아래쪽에 계곡이 있어 잠시나마 출렁다리를 건너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우산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다리를 건너니 운치 있다. 개인 사유지라는 안내가 붙어있는 이 다리에는 따듯한 사연이 숨어 있다.

70년대 근방에 학교가 없어 계곡 건너편에 있는 서울 북한산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비가 많이 오면 계곡이 범람해서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연주 대표의 아버지가 아이들 통학로로 다리를 놓았던 것. 현재는 3번 정도 리모델링한 상태로 특히 젊은 층의 포토존으로 인기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2층에 올라가면 어느 곳에 자리 잡든 초록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건물이 통유리로 돼 있어 그 자체로 외부 풍경을 보여주는 액자 같은 느낌이다. 젊은 커플들과 손님 몇몇이 자리하고 있다. 음악도 날씨와 잘 어울린다. 메뉴는 커피와 차, 베이커리류가 있다. 맥주도 있지만 특별한 안주는 없다. 외국인이나 젊은이들, 혼자 오는 손님들이 음료처럼 가볍게 한잔 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브런치 메뉴도 추가할 예정이다.

젊은 층은 특히 아이스 바닐라빈 라떼를 많이 찾는다. 직접 졸인 바닐라 빈을 2주간 숙성시킨 시럽으로 만들어 화학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북한산의 정기를 가득 담은 솔잎’과 레몬 청으로 만든 ‘플레이 아이스티’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다. 첫모금부터 솔잎 향이 솔솔 풍긴다. 맛이 달콤하면서 깔끔하고 건강을 선사해 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슈가 파우더가 듬뿍 올라간 팡도르를 함께 먹어도 기분 전환에 좋겠다. 커피 원두는 강화의 전문점에서 질 좋은 것으로 공급받고, 베이커리류는 매일 아침 전문 업체로부터 소량을 납품받아 당일 내로 소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북한산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단순히 커피 한잔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북한산이 커피 맛을 달게도 해주고 쓰게도 해주고, 더 오래 머물고 싶게도 하는 곳이자 환대받는 느낌을 주는 곳이요.” 

북한산에는 1년에 수백만 명의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다. 서울과 가깝다 보니 주말에는 외국인들 젊은 커플과 가족 단위로 1000명 정도가 이 카페를 방문한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먹는 문화나 여행을 다니는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 동네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산속에 색다른 공간이 생기면 이곳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로 지금과 같이 꾸몄다. 그는 사람들이 이곳에 더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이들의 소비를 끌어내고, 시너지 효과를 내서 온 마을이 함께 발전하길 바란다. 이곳이 고향이어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하다.  

“등산객들이 와서 시끌벅적한 곳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싶어요. 북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려 사람들이 조용히 즐기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런 생각으로 6월에는 장사익 공연을 열었고, 10월 초부터는 매주 화요일마다 쉬던 것을 없애고 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곳은 계곡 같은 주변 환경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노키즈, 노펫 존으로 어린이와 애완동물은 동반할 수 없다. 그것이 미안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3층 옥상은 루프탑으로 꾸며 북한산을 더 가까이서 보고, 해질 무렵 멋진 석양도 볼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카페 이름은 왜 플레이라고 지었을까? 김 대표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즐기고 놀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고, 자신의 이름 연주(플레이)를 넣어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화창한 가을날 북한산을 올랐다가 다시 한 번 들러봐야겠다. 또 다른 느낌으로 맞아 주리라.

주소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로368번길 89 (효자동 217번지)
문의 02-388-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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